한국생산기술연구원·한양대 공동연구진이 최근 개발한 레이저 광원의 출력이 시험 장비에 표시되고 있다. 연구진은 3㎾(킬로와트) 출력을 국내 최초로 달성했다. 생산기술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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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레이저를 쏴 공격용 드론(무인기)을 격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등 해외 각국에서 레이저를 대공 방어에 활용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가 신개념 국산 무기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디지털헬스케어 연구부문 정훈 박사와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나노광전자학과 김지원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소형 무인 드론을 근거리에서 격추할 만한 출력을 내는 ‘3㎾(킬로와트)급 광섬유 레이저 광원’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드론은 세계 전장에서 중요한 무기로 떠올랐다. 미군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군대에서 유인 전투기나 미사일이 하지 못하는 공격 임무에 투입되고 있다. 조종사 등 인명 손실 우려가 없는데다 수십 시간을 비행하며 민첩하게 기동할 수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침공에 대응해 보유 중인 터키제 드론으로 공격에 나서면서 의미 있는 전과를 내고 있다.
현재로선 이런 드론이 접근할 경우 기관포로 대응할 수 있다. 기관포는 수백발 이상의 총탄을 드론이 비행하는 구역에 쏟아붓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도심에서 드론에 기관포를 쏜다면 표적에 맞지 않은 유탄이나 도비탄이 다량 발생하면서 지상에서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공 방어용 미사일을 써도 문제다. 이런 미사일에는 정교한 전자장치가 들어가는데, 이 때문에 한발당 가격이 최소 억대에 이른다. 비용 부담이 큰 것이다. 반면 레이저는 한 번 쏘는 데 1000원 내외의 비용이 들고, 전력만 잘 공급되면 발사 횟수도 무제한이다.
문제는 레이저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인 ‘광원 모듈’의 기술 난이도가 높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미국과 독일, 일본 등에서 수입해야만 한다. 레이저 무기 국산화의 걸림돌이다. 연구진은 2년 간의 연구 끝에 출력을 최대 3㎾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광섬유 레이저 광원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지난 2월 시제품을 한화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광섬유 레이저의 출력이 ㎾급으로 높아지면 수㎜ 두께의 강철도 자를 수 있다. 그런데 레이저 출력이 증가하면 광섬유가 과열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하나의 광섬유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단일채널·단일모드’ 레이저는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출력이 2㎾급에 머물러 있었다. 연구진은 효과적인 방열 구조를 설계해 이 장벽을 돌파하고 출력을 3㎾급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상용화하면 국방 분야에서 대공방어 레이저 무기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산업 분야에서 레이저를 활용해 절단과 용접을 하는 공정의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을 바탕으로 2개 이상의 광섬유 레이저 채널을 하나로 묶어 향후 100㎾ 이상의 출력을 내는 레이저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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