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홀로코스트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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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의 소수민족 로힝야족 상대 만행을 집단학살(제노사이드)로 공식 규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는 미얀마 군부가 로힝야족을 상대로 제노사이드와 인권 범죄를 저질렀다고 공식 규정했다면서 이는 지난해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통치 중인 미얀마 군부에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1일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이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는 현재 로힝야족이 겪은 수난에 관한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인종을 나타내는 그리스어 ‘제노스(genos)’와 살인을 나타내는 ‘사이드(cide)’를 합성한 단어인 제노사이드는 인종학살, 집단학살 등으로 번역된다. 특정 집단을 절멸시킬 목적으로 행해진 집단학살을 지칭하는 것이다. 나치의 유태인 집단학살이 최초로 제노사이드 범죄로 규정됐다. 유엔 총회가 공식 의결한 전쟁범죄 행위로서 제노사이드로 규정되면 일반명사로서 집단학살보다 그에 따른 책임의 무게가 커진다. 국제법상 처벌의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다. 미국 정부가 특정 집단의 행위를 제노사이드로 규정하면 자동적으로 미국 정부의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추가적인 제재의 근거로 작용한다.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은 불교를 신봉하는 미얀마의 주류 민족인 버마족과 역사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미얀마 내 다른 소수민족들도 로힝야족 배척·탄압에는 동참했다. 과거 미얀마 군사정권은 로힝야족에게 산아제한, 강제이주와 살해 등을 저질렀고,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로힝야족 탄압은 계속됐다. 2017년 8월 로힝야족 무장세력의 경찰 초소 공격을 빌미로 대대적인 토벌작전이 시작됐고 이로 인해 최소 70만명이 살던 곳을 떠나 인근 방글라데시로 피란했다. 로힝야족 피란민들은 미얀마군이 집단학살과 강간, 방화 등을 일삼았다고 증언해 왔다.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법정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와 재판을 진행 중이다. 반면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족 집단학살을 부인하면서 2017년 자신들은 테러리스트에 대항한 작전을 진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탄압이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자 이를 제노사이드로 규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 왔다. 미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시절부터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등 검토를 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이를 제노사이드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2018년 유엔 조사팀은 미얀마 군부의 활동에는 ‘제노사이드적 행위’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미얀마 군부의 행위에 대해 국제법상 법적 규정력이 없는 ‘인종청소’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후 바이든 정부 들어 블링컨 장관은 이 문제에 관한 분석을 새롭게 지시했으며 결국 미얀마 군부가 제노사이드를 저질렀다는 최종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정부는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함으로써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한 것의 의미에 대해 “그들이 추가로 인권탄압을 자행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가 그간 제노사이드로 공식 규정한 사건은 보스니아, 르완다, 이라크, 수단 다르푸르, 이슬람국가(IS)의 집단학살 그리고 중국의 신장·위구르족 탄압 등 6건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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