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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휴전에 대한 기대감에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석유·가스 관련 기업에 대한 공매도가 늘어났다는 분석과 맞물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은 여전히 러시아발 원유 공급 위축 가능성을 지적했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또다시 석유 기업 주식을 추가 매수하는 등 유가 향방을 둘러싼 분석과 전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 시세가 전날보다 1.45% 떨어져 배럴당 95.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런던 거래소에서도 브렌트유 5월물이 1.89% 떨어진 98.02달러에 거래돼 두 원유 모두 100달러를 밑도는 시세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원유 재고가 늘었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이 대화에 일부 진전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급 위축 우려가 수그러들면서 유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같은 날 EIA가 발표한 주간 원유 재고량은 직전 주보다 434만5000배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분위기를 반영하듯 WTI 시세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일 펀드(USO)'는 지난 10일 이후 최근 5거래일 동안 시세가 11.41%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유가와 동반 상승세를 탔던 석유·가스 부문 기업들에 대한 공매도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야후파이낸스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인텔리전스 데이터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에너지 부문 기업들에 대한 공매도 비중은 지난 2월 말 3.7%까지 올라 1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매도 비중은 2021년 11월 이후 넉 달 만에 약 70bp(1bp=0.01%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에너지 부문 중에서도 특히 공매도가 집중된 업종은 석유·가스 기업(공매도 비중 7.3%), 석탄 등 기타 연료 기업(6.3%), 석유·가스 시추 업체(5.1%) 등 순이었다.
분위기를 보여주듯 최근 5거래일 동안 미국 석유·가스 대기업에 투자하는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시세는 급락했다. 지난 10일 이후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 ETF(XLE)와 해당 부문 대기업 주가를 3배로 추종하는 '마이크로섹터스 US빅오일 인덱스 3X레버리지' ETN(NRGU)은 각각 -6.01%, -14.00% 낙폭을 기록했다. 해당 ETF와 ETN의 주요 구성 종목은 미국 엑손모빌과 셰브론, 옥시덴털페트롤리엄 등이다.
다만 현지 매체 배런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신고 서류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버핏 회장이 버크셔를 통해 옥시덴털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지분 14.6%를 확보했다. 버크셔 측이 SEC에 신고한 바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14~16일 사흘간 옥시덴털 주식 총 1810만주를 더 매수했다. 1주당 53~55달러에 추가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이후 옥시덴털 주가는 4.68% 떨어졌다. 버크셔는 이달 2일 이후 옥시덴털 주식을 총 1억주 이상 사들이는 등 매수세를 이어왔다. 회사는 옥시덴털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이기 때문에 지분율 변동 시 거래 기준 2영업일 안에 SEC에 지분 변동 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버크셔와 마찬가지로 석유·가스 기업 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눈에 띈다. 16일 닐 메타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업스트림(개발·시추를 비롯한 원유 생산 부문) 기업들은 여전히 두 자릿수 현금흐름 상승률을 나타낼 것"이라면서 "이들의 자본 이득 비율이 앞으로 더 개선되면서 시장 수익률을 웃돌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석유 기업 주가를 끌어올렸던 국제유가 상승세가 수그러들고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날 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수석원자재전략가는 "국제유가는 40~50달러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장은 유가 급등 변수가 됐지만 전쟁으로 인한 상당한 수요 파괴도 감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마이클 트랜 RBC캐피털 연구원도 "올여름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기 침체로 인해 유가가 50달러 선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동시에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EIA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주요국에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산유국 러시아가 원유 공급을 대폭 줄인다면 세계적으로 석유 부족 사태가 일어날 위험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JP모건은 러시아가 석유를 에너지 무기로 활용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국제유가가 올해 3월 안으로 최고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 간 협의체)는 이달 2일 회의를 통해 원유 생산량을 하루에 40만배럴씩만 늘린다는 기존 계획을 4월까지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음 회의는 오는 4월 4일에 열린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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