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회담서 '나토 미가입' 협상 가능성 내비쳐
돈바스 등 영토 관련 입장차는 여전히 커…"협상타결 요원" 전망도
나토와 러시아의 대립(일러스트) |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 사항 중 하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종전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새벽 공개된 녹화 연설에서 "러시아와 진행 중인 평화회담이 현실성을 띠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이 계속되면서 더욱 현실성 있게 들리는 내용이 제시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라고 밝혀 종전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상테이블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발언에 대한 해석은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합동원정군'(JEF) 지도자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나토 가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자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수년간 나토의 문이 열려있다고 들었지만, 이미 우리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은 사실이고 우리도 이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1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합동원정군'(JEF) 지도자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AP통신은 미해결된 영토분쟁이 있는 국가는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없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몇 주 동안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걸 인식했고 중립국 선언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고 전했다.
나토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물량·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정작 핵심 요구사항인 나토 가입에 모호한 태도다.
러시아는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자국 안보가 위협받는다면서 강력히 반대했고 이는 러시아가 주장하는 침공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러시아가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운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는 나토 비가입을 뜻한다.
협상 실무진도 다소 긍정적인 변화를 얘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15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협상에서 제시되는 내용에) 근본적인 모순이 있지만, 확실히 타협의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
같은날 이호르 조브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러시아와의 협상이 더 건설적으로 됐다"고 평가하면서 러시아가 더는 항복을 요구하지 않는 등 입장을 완화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압도적 전력 차에도 러시아의 침공을 예상 밖으로 오래 저지하고는 있지만 민간인과 물적 피해가 나날이 불어나고 있는 점은 국가적으로 큰 부담이다.
러군 포격으로 연기 치솟는 우크라 키이우 아파트 |
다만, 실제로 휴전이나 종전이 이뤄지려면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관련한 이견 해소라는 더 큰 걸림돌을 넘어서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협상에 들어가면서 러시아에 적대행위 중단과 함께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서의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했다.
현재로선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나토 가맹 동유럽 3국 총리 만나는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14일 4차 평화회담을 개시한 이래 휴회를 거듭하며 사흘째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처럼 영토 문제와 관련한 입장차가 상당한 까닭에 단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자국이 점령한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잇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해안 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개전 뒤 이 지역의 마리우폴을 최우선 표적으로 삼은 이유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로선 나토 가입을 포기하면서 땅까지 빼앗기는 모양새는 사실상 항복과 다르지 않아 결코 쉽게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러시아 외교안보정책 전문가 도미틸라 사그라모소는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양측의 협상이 돌파구를 찾기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그는 전황이 지지부진하긴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 괴로운 교착상태'에 들어서지는 않은 상황인 까닭에 현시점에서 평화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체면을 살리려고 일종의 성과를 내기 위해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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