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사진)이 하나은행장 시절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중징계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함 부회장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선출된 가운데 25일 회장 선임 표결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 법인 등이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징계 및 업무정지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불완전 판매 손실이 막대한데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이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바람직한 점에 비춰볼 때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2016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독일과 영국, 미국 등 주요국 해외 금리와 연계된 DLF를 판매했다. 2019년 하반기 선진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며 투자자들에게도 큰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중도환매와 만기가 도래한 상품의 손실금액이 669억원, 손실률은 54.5%에 달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상품을 불완전 판매하고 내부 통제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두 은행에 사모펀드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징계를 의결했다. 또 상품 판매 당시 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향후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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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손 회장이 작년 8월 금감원의 중징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유사한 건에 대해 손 회장은 무죄를, 함 부회장은 유죄 판결을 받자 하나금융은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손 회장에 대해 금감원이 내린 제재 사유 5건 중 4건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네 가지 사유는 △사모펀드 출시 과정에서 상품 선정 절차 생략 기준 미비 △사모펀드 판매 이후 내부 통제 기준 미비 △적합성 보고서 작성 시스템 미비 △사모펀드 관련 내부 통제 업무에 대한 점검체계 마련 의무 위반 등이다.
반면 함 부회장 행정소송에서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함 전 은행장 등을 비롯한 임직원이 일부 사유를 제외하면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부 통제 기준의 실효성이 없게 되는 경우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25일 주주총회를 앞둔 하나금융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지난 11일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 사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회장직 승계를 위한 큰 고비를 넘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별도로 후보를 선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감원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하고 투자자 배상을 완료하는 등 대응해왔지만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며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을 분석·검토한 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함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 여부는 25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하나금융그룹 최대주주는 전체 주식의 9.1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이 밖에 외국인들이 7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판단에 따라 함 회장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날 "1심 재판부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유신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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