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푸틴의 '위험한 불장난'…中 끌어들이고 나토에 직접 도발 시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차 대전 시나리오?…핵위협·생화학무기 사용 가능성도

몰도바 등 추가 침공 우려…편집증 등 정신건강 이상설 제기

뉴스1

프랑스 파리 그레벵 박물관 한 직원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조각상을 포장하는 모습. 2022. 3. 1.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강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광인적 행보가 개전 3주째로 접어들면서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다.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던 푸틴 대통령은 이번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직접 도발을 시도하는 동시에 중국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가면 침공 지역이 몰도바 등 인근 국가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푸틴의 정신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고 있다.

정신이상 때문이든 아집이든 푸틴의 오판으로 확전 시 지난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핵 억지력'과 '팍스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세계 평화)'로 아슬아슬하게 유지됐던 국제안보 메커니즘이 깨지는 셈이다.

뉴스1

13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야보리우 군사기지에서 러시아 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된 건물과 차량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폴란드 접경지대 르비우 주(州)에 러시아 순항 미사일 30발이 날아들었다. 르비우는 서방의 대전차 및 대공무기 등 우크라 지원 보급물자가 전달되는 주요 통로이자,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참전한 국제의용군이 모이는 '보루' 지역이다. 나토 영토인 폴란드와 불과 70km 거리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동부 접경, 남부 크림반도, 북부 벨라루스 접경 3면에서 침공한 러시아군이 르비우만을 표적으로 한 집중 공격을 가한 건 개전 18일 만에 처음이다. 특히 주요 피격지 가운데에는 국제평화유지안보센터가 있는데, 이곳은 이번 전쟁 직전까지 미군이 우크라군에 나토 무기 사용법 등을 훈련시키던 군사기지다.

푸틴 대통령이 결국 서방을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 공급을 계속하는 서방 정부와, 우크라 정부가 창설한 '국제영토방위군단'에 합류하는 시민들을 향해서다.

그간 우크라 전역을 주로 재래식 무기로 포격했던 것과는 달리, 초정밀 무기를 사용해 오발탄을 예방하는 섬세함을 보이긴 했지만, 이번 공격이 나토 '문턱'까지 위협 수위를 높였음을 시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뉴스1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BS 뉴스 인터뷰를 통해 "폴란드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나토동맹의 전면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서방은 이번 전쟁 전후 러시아를 향해 연일 강력한 경고음을 울리면서도, 직접 파병이나 공격용 무기 지원 같은 '전쟁 개입 신호'는 일체 삼갔다. 자칫 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서방의 강력한 경제제재로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린 푸틴 대통령은 우방인 중국을 끌어들여 확전 가능성을 높이는 쪽을 택했다. 러시아는 최근 중국에 군사 장비 및 기타 지원을 요청했다고 미 행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중국은 이번 전쟁 관련 일부 러시아의 주장을 편들어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여러 국제 분쟁에 대해 '현상 유지' 입장을 고수해온 점에서 러시아의 개입 요청에 적극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뉴스1

양제츠(왼)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 로이터=뉴스1


미국은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예정한 설리번 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 간 회동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리번 보좌관은 CNN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지, 물질적 지원이든 경제지원이든 어떤 형식이 될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어떤 나라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피해를 상쇄할 지원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도 전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침공 범위를 인근 몰도바나 조지아로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사석에서 이 같은 우려를 언급하고 있다.

몰도바와 조지아는 모두 우크라이나와 함께 옛 소비에트 연방인 데다, 나토 및 EU 회원국이 아니다. 우크라 사태가 '남 일 같지 않은' 두 나라는 나토·EU 가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성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조지아는 2008년 우크라이나와 함께 나토 가입을 약속받은 직후, 먼저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빼앗겼다. 이후 2014년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빼앗긴 뒤 8년 만에 전면침공을 당한 것이다.

뉴스1

13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 군과 전투에 나서는 장병들에게 사제가 축원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전쟁이 푸틴의 계획대로 진전되지 않고 있는 점도 더욱 그의 심기를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에서 사이버공격과 재래식공격이라는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해온 푸틴이 생화학무기나 핵무기 사용을 지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러시아군은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호스토멜 국제공항을 점령한 뒤 이곳으로 최정예 공수부대를 투입해 사흘 만에 수도 키이우를 접수한다는 전략을 편 것으로 전해지는데, 우크라군의 강한 저항에 직면해 전황은 뜻대로 풀리지 않은 채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개전 사흘 만인 지난달 27일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운용을 관장하는 핵 억지력 부대에 경계태세를 지시, 핵무기 실전 배치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아울러 지난 6일 러시아 외무부가 "러시아군은 미 펜타곤(국방부)이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생물학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최근 이 증거를 삭제해온 정황을 찾았다"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러 관영언론에서는 관련 보도가 줄을 이었는데, 이번 전쟁에 생화학무기 사용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뉴스1

12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러시아 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처참하게 파괴된 신발 공장의 모습이 보인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집속탄과 진공폭탄 등 각종 금지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유엔 등 국제기구와 우크라이나 정부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에 더불어 핵·생화학 무기 사용을 강행하거나, 침공 범위 확장 또는 나토와 중국을 끌어들여 확전을 시도한다면 지난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핵 억지력과 팍스아메리카나로 아슬아슬하게 유지됐던 국제안보 메커니즘이 깨지는 셈이다.

안타까운 건 개전국인 러시아의 엘리트 다수도 전쟁 반대 목소리를 공공연히 내왔다는 점이다. 이번 전쟁이 1999년부터 장장 22년간 사실상 러시아를 지배해온 푸틴(및 소수의 이너서클)의 독단으로 발발했다는 게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그런 푸틴이 최근 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특정한 망상을 가지는 편집증적 행보를 보여왔고, 정신이상 증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심화했다는 관측도 여러 소식통을 거쳐 서방 정보당국으로 입수되고 있다.

푸틴의 '정적'으로 찍혀 정치 난민으로 전락한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지난 1일 프랑스24 TV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살해될 것을 두려워하는 편집증적 노쇠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 (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화상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유럽에 에너지 공급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면서 서방의 에너지 가격 폭등은 그들의 오판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abi@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