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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원자재 인플레·통화 긴축·규제에 포위된 기업…"투자 엄두 안난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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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두 곳 중 한 곳 투자 계획 無

거시경제 불안 등 대내외 악재 다수

전경련 "새 정부, 규제완화·세제지원 등 나서야"

아시아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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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유명 화장품 제조업체 A사는 지난해 3900억원 규모의 국내 설비투자(공장증설) 계획을 세웠다가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 위축 현상이 발생한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시기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는 로컬업체가 급부상하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A사는 올해 투자규모를 약 30% 축소하기로 했다. 대내외 악재가 산재해 투자 계획을 전면 보수적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두 곳 중 한 곳 투자 계획 없어=국내 주요 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아직도 올해 투자계획이 없거나 마련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계획을 세운 기업도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줄이겠다는 곳이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거시경제 상황 불안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산재해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국내 투자계획’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 응답기업 105개 중 절반 이상(50.5%)이 이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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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12.4%,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응답이 38.1%로 나타났다. 투자계획을 세운 기업의 비중은 49.5%로 조사됐으나 이 중 50.0%는 작년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답했다. 작년 대비 투자가 감소할 것이란 응답도 11.5%로 조사됐다. 작년 대비 투자가 증가할 것이란 응답은 38.5%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올해 투자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원인으로 10곳 중 4곳은 코로나19 확산세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거시경제 상황 불안정(37.7%)을 꼽았다. 대출금리 인상·금융권 심사 강화 등 외부 자금조달 환경 악화(20.5%)가 뒤를 이었고 ▲영업실적 부진 등 경영환경 악화(15.4%) ▲주요 투자 프로젝트 완료(8.5%) ▲규제성 제도 확산 우려(6.0%) 순이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 기업(외투 기업) 사정도 비슷하다. 전경련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외투 기업 10곳 중 9곳은 올해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투자 계획을 세운 기업은 8.9%, 이 중 투자를 작년보다 늘리겠다는 기업은 22.2%로 국내 기업들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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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 불안에 투자 주저하는 기업=올해 1분기 중순까지 주요 기업 절반이 신규투자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거나 주저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거시경제 불안을 꼽았다. 특히 지난해부터 불거진 원자재 공급망 불안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40%에 육박했다. 경기흐름에 대한 비관적 전망 속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도 ‘시계제로’ 상태에 놓였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전경련에 따르면 투자규모 미확대 사유 중 대부분(74.4%)이 기업 내부사정보다는 대외환경 취약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은 "거시경제 불안정, 규제 강화 등 대외환경이 취약한 것이 투자규모 축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이 38.9%로 가장 높았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하는데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등으로 주요 원자재 대부분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플라스틱과 섬유 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 가격은 유가 상승으로 1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주요국의 통화 긴축 및 이로 인한 경기 위축(19.4%), 코로나19 변이 출현 가능성(15.5%)도 투자 활동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실제 미국은 오는 16일 3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선다. 아울러 중국 산업생산 차질 및 경제둔화(10.7%), 미·중 갈등 격화 및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6.8%) 등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에 비우호적인 국내 투자환경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단 1곳만이 ‘만족(11.4%)’ 혹은 ‘매우 만족(1.9%)’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9곳(86.7%)은 국내 투자 환경이 ‘보통 이하’라고 했다. ‘불만족’한다는 응답 비중은 23.8%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윤석열 신정부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국내 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들은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3대 정책과제로 ▲규제 완화(30.1%) ▲세제지원 확대(26.8%) ▲내수 활성화 등 소비 진작(13.6%) 등을 꼽았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과 러시아 간 보복의 악순환으로 장기화할 경우 국내기업에 미치는 타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한금융투자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격화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에너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한국의 높은 원유 의존도, 반도체 공급망 차질 등으로 경제에 타격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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