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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연재] 연합뉴스 '천병혁의 야구세상'

[천병혁의 야구세상]기대·우려 교차하는 야구인총재…관건은 '구단 이기주의'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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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일구대상을 받은 허구연 총재 후보
[허구연 해설 위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프로야구 출범 40년 만에 경기인 출신 총재가 탄생한다.

야구선수 출신으로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해설자로 활동한 허구연(71) MBC 해설위원이 지난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차기 총재로 추천받았다.

그동안 KBO 총재는 주로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돌아가며 맡았지만, 야구인이 최초로 추천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최초의 야구인 총재가 탄생하는 것은 구단주들 가운데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이뤄진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야구 초기부터 정치권 '낙하산 총재'가 주를 이뤘던 KBO는 1998년 두산그룹 회장이었던 박용오 총재가 취임하면서 각 구단이 돌아가면서 총재를 맡기로 내부 합의했다.

하지만 2006년 다시 정치권에서 내려온 신상우 총재를 거쳐 2009년에는 구단주들이 추천한 유영구 총재가 정부의 반대로 낙마했다가 재취임하는 논란을 겪었다.

유 총재가 추천한 이상국 사무총장은 정부가 끝내 반대해 사임했다.

이 사건으로 체육계 여론이 극도로 악화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뒤늦게 총재 및 총장 선출을 단체 자율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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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KBO 총재 선출을 위한 이사회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O 사무실에서 열린 제4차 KBO 이사회에서 이사진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신임 KBO 총재 선출 후보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신임 총재 후보자는 총회를 거쳐 정식 임명될 예정이다. 2022.3.11 hkmpooh@yna.co.kr


이어 이용일 총재 대행을 거쳐 취임한 구본능 총재는 7년여 동안 KBO를 이끌면서 9·10구단을 창단하고 연관중 800만명 시대를 개척해 외연을 한껏 넓혔다.

그러나 이후 10개 구단은 총재직을 맡겠다는 구단주 측 로열패밀리를 찾지 못했다.

구단주 측에게서는 괜히 총재를 맡았다가 국회나 언론으로부터 '욕만 먹기 일쑤'라는 부담감이 팽배했다.

결국 나서는 구단주가 없자 열성 두산 팬으로 알려진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구 총재 후임으로 추천됐다.

정운찬 전 총재는 KBO닷컴 출범을 비롯한 통합 마케팅을 통해 엄청난 수입을 올려 인센티브를 받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빅마켓 구단들의 반대로 첫걸음조차 떼지 못했다.

정운찬 총재 후임인 두산중공업 부회장 출신 정지택 총재는 1년 만에 자진 사퇴했다.

그는 특히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까지 일으켰다는 의혹까지 떠안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차기 총재를 찾는 일은 더욱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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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MBC 해설위원
[히스토리 제공]


이런 고민 속에 묘수처럼 야구인 출신인 허구연 위원이 중책을 맡게 됐다.

문제는 허구연 총재가 야구인들의 기대와 달리 '허수아비' 또는 '식물 총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점이다.

KBO는 정운찬·정지택 총재를 거치면서 일부 구단들이 사실상 이사회를 주도하고 있다.

KBO 사무국이 리그발전 방안으로 준비했던 통합마케팅, 전면드래프트, 자유계약선수(FA) 및 외국인 선수 제도, 야구박물관 등 각종 안건이 구단 이기주의에 부딪혀 표류하다가 왜곡됐다.

일부 고참 사장과 단장은 이사회 직전 '단톡방'을 통해 여론을 형성한 뒤 총재를 압박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뒷배'도 없는 허구연 신임 총재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이전 총재와 마찬가지로 허 총재가 '구단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끌려다닌다면 프로야구의 장기 침체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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