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전시회 일부 메타버스 구현…NFT 아이템 게임서 선보이기도
10대 명품 구매력-관심 갈수록 커져…‘록인 효과’ 어린 나이일수록 강해
업계 “디지털 마케팅 선택 아닌 필수”
이 씨처럼 명품산업의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한 10대를 포섭하기 위해 명품업계가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 등 메타패션(meta+fashion)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디지털 세대를 일찌감치 포섭해두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명품업계가 10대 소비자를 사로잡고자 메타패션에 뛰어들고 있다. 구찌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가상 전시 공간을 구현하고 가방, 신발 등 가상 제품 16종을 착용해볼 수 있도록 했다. 구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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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명품 패션 브랜드들의 메타패션 마케팅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구찌는 이달 4일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비전을 담은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서울’ 전시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면서 전시 중 일부를 메타버스로도 구현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오픈한 전시에는 오픈 일주일 만에 46만1000명(11일 기준)이 다녀갔다.
나이키는 지난해 디지털 아티스트 푸오 셔스와 손잡고 가상 스니커즈를 판매했고, 발렌시아가는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신발 모양 곡괭이 등 NFT 아이템을 발매했다(위쪽 사진부터). 각 사 제공·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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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렌시아가는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NFT 형식의 인게임(in-game) 아이템을 발매했다. 발렌시아가 신발 모양의 ‘곡괭이’ 아이템 등이 게임 속에서 인기를 끌었다. 발렌시아가는 포트나이트와 협업한 의류를 오프라인 매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명품업계의 이 같은 디지털 마케팅은 잠재적 고객층인 10대를 포섭하기 위한 전략이다. 브랜드와의 친밀도를 높여 오프라인에서도 지속적인 소비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미래의 주 소비층인 MZ세대의 놀이터다. 전 세계 가입자 수가 3억 명을 돌파한 제페토의 이용자 80% 이상이 10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입하면 다른 상품으로의 수요 이전이 어려운 록인 효과가 일어난다”며 “인지 발달이 덜한 어린 나이일수록 강하게 일어나고, 이때 형성된 친숙도와 호감은 나이가 들어도 지속된다”고 했다.
실제 10대들의 명품 구매력과 관심도는 계속 커지는 추세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에 따르면 설 연휴 직후인 올해 2월 첫 주 동안 10대 고객의 명품 구입액은 직전 주에 비해 약 65% 증가했다. 업체 관계자는 “세뱃돈 등 여유자금이 생기면 명품 구매에 쓰는 10대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2025년까지 전체 명품 시장 매출(약 500조 원)의 70%가 MZ세대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10대들이 뛰어들면서 메타패션 시장에서 창출되는 수익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제페토에 문을 연 구찌 빌라에서 3000원인 구찌 가방(실물 약 200만 원)은 열흘 만에 40만 건 이상 팔렸다. 나이키가 지난해 디지털 아티스트 푸오 셔스와 협업해 판매한 가상 스니커즈 NFT 600종은 7분 만에 완판돼 310만 달러(약 38억2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모건스탠리는 NFT가 2030년까지 명품 시장 매출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명품 브랜드 특성상 디지털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10대들의 명품 선호처럼 ‘브랜드업’(자녀의 관심사가 부모에게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현상이 두드러질수록 브랜드의 노후화 방지 전략이 중요하다”며 “구매 타깃의 연령이 높더라도 마케팅 타깃은 젊게 가져가야 역동성을 어필하고 젊은 고객도 흡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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