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올해 70조원대 예상, 4년 연속 적자
무역수지 3월10일까지 13.9억달러 적자기록
국제유가, 환율 급등에 경상수지 흐름 불투명
전문가들 "외환위기 이후 첫 쌍둥이 적자 위험"
1~2월까지는 정보통신(IT),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을 위주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원유, 곡물 가격 급등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터라 가까스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앞으로 경기 여건은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일 발표된 `1월 국제수지(잠정)`에서 올 1월 경상수지는 18억1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흑자폭이 49억7000만달러나 줄면서 작년 4월(1억8000만달러) 이후 최저수준이었다. 이는 경상수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품수지 흑자폭이 6억7000만달러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초창기인 지난 2020년 4월(4억9000만달러) 이후 최저로 쪼그라든 탓이다.
수출이 석유제품·반도체·철강제품 등을 중심으로 19.8% 증가했지만, 수입이 554억6000만달러로 34.4% 더 큰 폭 늘어난 영향이다. 상품수지는 지난해 9월 이후 지속적으로 흑자 규모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경상·운송수지 역대 1위에도 상품수지 흑자폭 급감
1월엔 서비스수지 내 운송수지가 역대 최대 성적을 거뒀고, 본원소득수지도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18억8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내면서 겨우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했지만 교역조건 악화에 향후 흐름은 불투명하다.
가장 큰 타격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다. 우크라이나 여파가 반영되기 이전인 1월 우리나라 원유 도입단가가 배럴당 79.1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51.6% 상승하는 등 유가, 천연가스 등 원자재 수입가격이 폭등했다. 1월 에너지류 수입액은 181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서도 무려 121.8% 증가한 것이다. 원유(75억달러)와 천연가스(63억9000만달러)는 각각 86.9%, 147.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를 단행했고, 옥수수와 밀 등 곡물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원자재 가격은 종전보다 더 널뛰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7일 장중 139달러선까지 치솟았고, 곡물 가격도 20% 이상 뛰었다. 원유, 곡물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경상 적자 폭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국제금융협회(IIF)가 주요 25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유가가 10달러씩 오를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확대폭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가 레바논 다음으로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추정됐다. 유가가 10달러씩 오르면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폭이 0.7%포인트씩 줄어들고 밀값이 톤당 50달러씩 뛰면 경상수지 흑자폭이 0.02%포인트 축소될 것이란 예상이다.
외환위기 후 첫 쌍둥이 적자 가능성…“하방 위험 크다”
올해는 재정적자 규모가 지난해 22조원 수준에서 올해는 최소 70조원 수준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연초부터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처리되면서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도 본예산보다 늘어 통합재정수지 적자 전망치는 당초 54조1000억원에서 70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팬데믹 첫 해인 2020년 적자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상수지마저 적자를 기록한다면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쌍둥이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무역수지 적자 흐름에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경상수지 적자 위험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무역수지는 3월 1~10일 이미 13억9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무역수지는 작년 12월 4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뒤 올 1월 48억9000만달러로 두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가 2월 8억4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으나, 이달 들어선 다시 적자를 내고 있다. 통관 기준으로 집계돼 상품수지에 포함되는 중계무역과 가공무역 등이 빠진 탓에 경상수지와 차이는 있어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는 만큼 전문가들은 쌍둥이 적자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0일까지의 수치로 전망하기엔 불확실하나 무역수지가 극적으로 흑자로 전환하기엔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는 만큼 그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면 수입 비용 부담이 더 크고 길어질 수 있다”면서 “무역수지 적자폭 가능성을 올 2~3분기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환율 마저 뛰면서 경상수지를 보완해줄 요인들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월말 1205.50원에서 3월 8일 1237원까지 올랐다. 원화 기준으론 같은 기간 2.5% 하락한 것이다.
한은 측은 2월 무역수지가 8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가능성을 보고 있으나, 그 이후엔 적자로 전환할 우려가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가 많이 오르고 환율도 급등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있어 쌍둥이 적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도 장기화하면서 이 같은 경기 하방 위험이 극대화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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