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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취재파일] 차기 軍 지휘부 하마평 솔솔…'임무 재정립'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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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 서욱 장관 좌우로 각군 최고 지휘관들이 앉아있다.

대선 끝나기가 무섭게 차기 국방장관과 방사청장 등의 하마평이 돌고 있습니다.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예비역 장군들의 이름, 당선인과 가깝다는 검사 출신 인사의 이름이 유력 후보로 하나둘씩 거론되면서 군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군 내에서 회자되는 하마평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만큼 대대적인 인적 물갈이는 불가피한데 앞으로 경쟁과 검증을 거치면서 명단이 엎치락뒤치락할 것입니다. 초반에 두각을 보이는 인물들은 페이스메이커(pacemaker)처럼 뒤처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당장 군과 주변 지원 기관들이 관심을 기울일 지점은 누가 수장이 될지가 아니라, 국방부와 각군, 그리고 지원 기관들의 역할과 임무 재정립입니다. 진보 정부에서 보수 정부로의 전환은 정부의 지휘 방식과 군 행동 양태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정부의 관여는 줄어들고 군의 자율은 증대되는 보수적 상황이 올 테고, 이에 군은 어떻게 훈련하고 작전할지 사전 준비를 할 때입니다. 무기 수출과 개발 초기 단계의 무기는 더 이상 정부 홍보의 수단으로 동원되지 않을 테니, 방사청과 ADD는 본연의 임무인 전력증강과 핵심 비닉(秘匿) 기술 개발에 전념할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쏟아지는 차기의 이름들…페이스메이커로 퇴장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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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국방대 안보과정 졸업식 기념촬영.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앞줄에 서있는 왼쪽 4명의 장군들이 차기 국방장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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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국방장관으로 거론되는 인물 중 예비역 4성은 김용우 전 육군 참모총장, 심승섭 전 해군 참모총장, 이왕근 전 공군 참모총장, 최병혁 전 연합사 부사령관 등입니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전진구 전 해병대 사령관 등 예비역 3성도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문민 장관을 기용한다면 백승주 전 국방차관이 유력하다는 말도 들립니다.

모두 출중한 예비역 장군들인데 이들 중 3명은 한때 이낙연 전 총리 쪽에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캠프에서의 역할에 힘입어 차기 장관 선두 주자로 꼽히는 모 예비역은 당선자와의 학연이 오히려 걸림돌이고, 또 너무 일찍 고개를 드는 바람에 견제를 자초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백승주 전 차관의 국방 전문성은 인정되는데 윤석열 보수 정부의 첫 국방장관을 문민에 맡길지 의문입니다.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은 장관 다음 인사 대상이어서 후보들의 이름은 현재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원 교체는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입니다. 김정수 해군 참모총장과 박인호 공군 참모총장은 경력과 능력보다 지역적, 정치적 배경으로 발탁된 탓에 새 정부의 군 지휘부와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재작년 9월 임명된 원인철 합참의장과 남영신 육군 참모총장은 임기를 많이 소화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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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호 방사청장(왼쪽 세 번째), 박종승 ADD 소장(오른쪽 세 번째) 등 국방과학 책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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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자주 입길에 올랐던 방사청장과 ADD 소장도 교체 0순위로 꼽힙니다. 차기 방사청장 후보로 뜻밖의 이름이 떠돌고 있습니다. 검사 출신의 모 변호사입니다. 방사청 방위사업감독관을 역임했으면서도 작년 대형 기밀유출 혐의의 방산기업 임원들 변호를 마다하지 않은 전력이 이채롭습니다. 공모 때마다 특정인을 위한 자격요건을 추가하며 물의를 빚었던 ADD 소장 자리를 노리는 이들도 물밑에서 열심히 뛰고 있을 것입니다. 비정치적, 균형적 식견의 전문가가 ADD 소장에 임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립니다.

자율적 작전, 획득·연구개발 진력을 위해…



동서고금을 통틀어 진보 정부는 군을 견제하고 군무(軍務)에 관여합니다. 보수 정부는 군의 자율을 지향합니다. 우리 진보 정부는 선제사격을 사실상 금지했을 정도로 군의 재량권을 제한했습니다. 반면 보수 정부는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작전하도록 자율을 허용했습니다.

정권 교체로 군은 타율에서 자율로의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군 지휘부 대거 교체로 인한 군의 변화는 이에 비해 소소합니다. 따라서 장관, 의장, 참모총장, 사령관으로 누가 올지 기웃거릴 때가 아닙니다. 자율과 현장 재량권이 확대된다는 전제하에 북한의 오판을 막고 도발을 철저하게 억지할 수 있는 작전과 훈련 방안을 치밀하게 가다듬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공교롭게도 북한은 ICBM과 핵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이 치솟을 분위기입니다. 군사분계선과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자율적이되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각종 지침의 정비가 시급한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방사청과 ADD는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제자리를 찾기 바랍니다. 방사청 제1의 임무는 각종 무기의 획득과 개량을 통한 전력증강인데 작년 말 전력증강 예산의 사상 최대 삭감이라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권익위의 청렴도 조사에서는 외부 평가 즉 군과 업계의 평가가 낮아서 3등급에서 4등급으로 추락했습니다. 겉으로 그럴싸하지만 안보와는 무관한 수출 지원과 홍보는 조용히 하고, 획득에 공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ADD는 작년부터 개발 초기 단계의 무기들을 떠들썩하게 공개하며 돈이 되는 일반 무기체계 개발에 눈독 들이는 것 같은데 이제는 첨단·비닉·핵심 기술 개발이라는 원래 역할에 진력해야 할 것입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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