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미중 화상 정상회담 |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베이징 주재 특파원으로 일하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월 집권 이후 펼칠 대(對)중국 정책에 대한 중국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체감하며 몇 가지 제언하고 싶다.
흥미로운 대목은 중국인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윤 당선인 후보 시절 공약들이 중국에 대한 외교 영역이 아닌 타 분야 공약들이라는 점이다. 공약집을 보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는 안보·국방 영역이고,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단계적 참여는 대미 외교 분야 공약이다.
치열한 미중 전략경쟁 속에 한국의 안보를 위한 한미동맹 강화 조치를 중국은 자신들 안보에 대한 '비수'로 여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에 대한 악의나 적의 없이 택한 대미 정책이 중국을 자극하고, 미국에 대한 특별한 고려 없이 한중관계 강화를 위해 채택한 대중 정책이 미국의 '오해'를 살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인수위의 논의를 거쳐 수립될 윤석열 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정책에 대미, 대중 정책을 구분하는 '칸막이'를 세우지 않으면 어떨까? 새 정부가 지향하는 큰 외교·안보 원칙의 '폴더' 안에 섞어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한다고 실제로 달라질 것은 별로 없을 수 있지만,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한쪽이 특정 정책에 대해 항의할 때 대응하기는 좀 더 수월할 것이다. '양자외교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외교안보 정책'의 일부라고 설명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또 현재의 한중관계를 모두 '부채'로 간주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새 정부가 받아들 현재 한중관계의 대차대조표에서 자산과 부채에 대한 냉정한 구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치열한 미중 전략경쟁으로 '얻어걸린' 것이건, 문재인 정부 '균형외교'의 성과이건, 한국 기업들이 잘해서이건 한중관계를 중시하는 중국 정부의 기류는 베이징에서 감지된다.
윤 당선인과 참모들이 그것을 '부채'로 여기지 않는다면 새 정부가 견고한 한미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미중 사이의 거간 또는 소통 촉진자 역할에 적극성을 보이길 기대한다.
다름 아닌 우리 국익을 위해서다.
베이징에서 느끼는 미·중 간의 불통은 심각하다. 국운을 건 경쟁 속에, 대화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나 '소통'은 별로 없어 보인다. 코로나19의 영향 속에 민간 또는 1.5트랙 교류도 여의치 않다. 이런 경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해진 듯하다.
이런 가운데 미·중 갈등 심화가 한반도 문제에 악영향을 주리라는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북핵 문제를 대하는 중국의 최근 태도에는 국제 사회 공동의 안보 문제를 대하는 '객관성'이 결여돼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때마다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와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미국의 행동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면 중국은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북한을 더 철저히 전략적으로 포용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안보를 위해서라도 미국과 중국이 북핵을 '국제 안보 현안'으로 보고 머리를 맞대도록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중국은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후폭풍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동맹이면서 선진국 클럽인 주요 7개국(G7) 회의에 초대받아 갈 정도의 국제적 위상을 가진 나라 중 중국과도 원만한 나라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한 '정직한 브로커'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 정부 시절 외교안보 분야에 몸담았던 한 전직 관료는 "한미관계가 견고할 때 중국은 한국의 가치를 인정하고 한국과 더욱 소통하려 하더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한미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윤 당선인의 지향점이라면 강화된 한미관계를 활용해 미·중 간 소통 촉진자 역할에도 관심을 기울이길 기대한다.
jhch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