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코
<한국 컬처-이웃의 민낯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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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코는 1990년에 한국으로 건너가 서울에서 기획 번역 사무실을 운영하고 동인잡지 ‘중간쯤 되는 친구들’을 발간하며 일본 언론에 한국을 알리는 기자이기도 하다.
최신작 <한국 컬처-이웃의 민낯과 현재>는 한국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한국 현대사회를 분석한 책이다. <82년생 김지영>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기생충> <미나리> <스카이 캐슬>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히트작들은 한국 사회를 내포하게 마련이다. 코로나19로 긴급사태가 선언되고 휴교령이 내려진 2020년, 일본인들은 집 안에서 한국 드라마에 희열했고 한국을 궁금해했다. 한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이 거대한 질문을, 왜 짜장면을, 왜 수제비를 먹을까, 왜 입시전쟁이 이리도 치열할까 등 소소한 질문들로 쪼개 푼 한 권이다. 키워드는 여성, 형, 가족, 전세, 재벌, 광주, 이태원, 다문화, 남북관계, 대입 등 그야말로 한국 현대사회 그 자체다.
대체 김지영씨는 왜 추석에 빙의되었는가? “여성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정답은 한국 사회를 이해하려는 일본인들의 답답함을 해소해준다.
한국 사회에서 ‘형’(또는 오빠, 언니, 누나)이란 대체 무엇인가? 왜 한국인들은 혈연관계가 없음에도 상대를 가족으로 호칭할까? ‘형’이 가장 적절하게 쓰인 드라마와 영화를 열거한다. 먼저 <공동경비구역 JSA>다. 남한 군인 이병헌이 북한 군인 송강호에게 “형이라고 불러도 되느냐”고 묻는다. 한편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는 “우리 형은 하나뿐”이라는 강태, <이태원 클라쓰>에서 현이를 “언니”라고 부르는 다미를 소환한다. 이런 한국식 호칭은 상대를 인정한다는 증거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한국적 형제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가족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작품은 진정성 있게 그리고 있다”고 적었다.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본 이태원의 변천사에 관해 적으며,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의 위태로움도 언급한다. 경리단길을 예로, 골목상점이 인기를 모으면서 월세나 보증금이 오르거나 기존 대형기업의 먹이가 되는 일이 많아, 가이드북에 소개된 가게들이 금세 문을 닫기도 한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재벌들의 민낯과 학벌, 계급상승 욕구를 그린 <스카이 캐슬> <마인>도 소개하며 한국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담긴 드라마라고 평한다. “입시전쟁은 말 그대로 ‘전쟁’이며, 얼마나 극심한가 하면 갑작스럽게 ‘엽총’이 등장할 만큼 과격하다”며 고위층 자녀 입시비리에 대해 언급한다.
한국의 민낯은 때로는 반갑고 재미있고 조금 부끄럽고 씁쓸하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한국에서) 문학작품은 원래 그러했고, 드라마도 영화도 있는 그대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곳까지 들어간다. 본질을 파헤치고 … 다 같이 희망을 찾자고 소리친다”며 “그렇게 비참한 <오징어 게임>에서조차 때때로 사람들이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라고 한다. 또 “슬퍼하고, 분노하고, 기뻐하라, 이야기하라, 부끄러워하지 말고 사랑, 정의, 희망에 대해” 말하라는 사회가 한국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에 30년 이상 거주하며 한국 사회를 보고 쓴 저자가 앞으로의 한국 사회는 어떻게 평가할까?
김민정 재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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