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총리·인수위원장 후보 거론
중도 지지층 설득은 과제로 남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일 부산 연제구 온천천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국민이 승리합니다” 유세에서 윤 후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부산=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적 미래에도 일단 파란불이 켜졌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의 공동 주역으로서 '보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안 대표는 5년 뒤 대권 재도전을 도모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직이나 합당 후 당권을 비롯한 새 정부의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기대한 만큼의 단일화 효과가 크지 않았고, 그의 중도 포기에 실망한 중도 성향 지지층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것은 지상과제다. 또 합당 이후 국민의힘에 흡수되지 않고 '안철수'라는 브랜드를 지켜내는 것도 필요하다.
입각 희망한 안철수, 새 정부 초대 총리 후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안 대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부터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는 지난 3일 '후보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통해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두 사람은 당선 확정 이후인 10일 새벽에도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 나란히 앉아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손을 맞잡았다. 윤 당선인은 당선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안 대표가 우리 당과 정부에서 중요한 도움을 주고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거듭 신뢰를 보였다. 이런 이유에서 안 대표는 유력한 인수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안 대표는 새 정부의 초대 총리 1순위 후보군에 들어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입법 활동을 했지만 그것을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적 업무는 하지 못했다"며 입각을 바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터다.
안 대표 중용은 윤 당선인에게도 안전한 카드다. 정권 초 여소야대 의회 구조 극복을 비롯한 난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안 대표에게 맡기는 것으로 정권 교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윤 당선인 주변에서 거론돼 왔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총리 자리는 대통령이 지명하기 때문에 합당 후 당내 경선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당권보다 안전한 선택지"라며 "안 대표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다면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합당 후 당권 도전 가능성?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당권을 노려볼 수도 있다. 안 대표는 단일화 선언 당시 "국민의힘을 보다 더 실용적이고 중도적 정당으로 변화시키겠다"며 당권 도전 가능성도 열어 두었다. 다만 지난해 4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이후 양당의 합당 시도는 불협화음만 남긴 채 불발된 바 있다.
정치 입문 이후 줄곧 '제3지대' 정치인이었던 안 대표가 처음으로 정권의 핵심이 되는 것은 그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정치적 몸집을 키울 수 있지만, 그의 실력과 자질은 가차없는 시험대에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합당과 중도층 신뢰층 회복 선결 필요성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소감을 듣고 있다. 오대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안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단일화 성사 직후부터 "단일화 효과가 별로 없다" "안 대표가 급해서 단일화를 간청한 것" 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개표 결과 윤 당선인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득표 격차는 0.73% 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단일화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 여권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악연이 깊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스크럼을 짜고 기다리는 것도 안 대표의 입지를 좁힐 가능성이 크다.
'철수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는 안 대표의 최대 취약점이다. 대선 완주 약속을 또 다시 뒤집은 것은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안 대표가 10년간 정치를 하면서 차곡차곡 쌓았다고 호언한 정치력과 정책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 유일한 돌파카드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