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원유 수입금지’ 파장
美이어 영국도 禁輸 참여 의사
대체물량 확보전 벌어질 경우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수도
수입물가 상승세 가팔라질 듯
소비위축·무역수지 적자 불러
산업계 러 원유비중 5% 불구
사태 장기화땐 비용부담 급증
휘발유값 어디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9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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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8일(현지시간) 밝히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처럼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는 국가가 점차 늘어날 경우, 대체 물량 확보전이 전개되면서 국제 유가가 더욱 급격히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일 환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급등세는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과 무역수지 적자 등 각종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23.70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WTI 가격은 장중 한때 129.44달러까지 올랐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퇴출 등에서 유럽연합(EU)과 보조를 맞췄던 것과 달리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영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동참 의사를 밝히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러시아산 원유 비중은 5% 남짓으로 높은 수준이 아니다. 한국이 미국처럼 수입 금지에 동참하더라도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향후 미·영을 필두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국가가 늘고,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등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각국이 러시아산 원유 대체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국제유가가 더욱 들썩일 수 있다. 에너지 관련 정보 분석회사인 리스태드 에너지는 이날 미국에 이어 EU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1230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국제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다.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뛰는 가운데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에너지 수급 구조상 충격파는 더욱 클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에서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만큼 국제유가 상승 효과는 국내 기름값에 보태진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9일 오전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날보다 19.5원 오른 ℓ당 1880.1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3월 이후 8년 만에 최고가다.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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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적인 산업계 피해도 우려된다. 국내 정유업계의 러시아산 원유 비중은 5% 남짓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화학·항공·전자 등 다른 업계도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따라 비용 부담이 커졌다. 화학업계의 원재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추출되는데, 국제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도입 가격은 연일 오르고 있다. 이 밖에 항공업계와 해운업계는 연료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고, 전자·반도체·배터리 업계 역시 물류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번 조치로 국제 원유 가격이 높아지고 수입 금액이 늘어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 물가가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무역수지 적자 때문에 국가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그로 인해 자본유출이 발생하면 환율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국내 물가를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세계 경기 침체에 따라 수출이 악영향을 받으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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