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등 14년 만에 최고치
원유 의존도 높은 산업계 비상
러 추가 에너지 제재 딴 직격탄
항공·해운업 연료비 부담 커져
대한항공 작년 4분기 128%↑
정유업도 전쟁 장기화에 촉각
석유제품 인상에 수요 위축 우려
미국 일리노이주 졸리엣 인근 엑손모빌 정유공장을 7일(현지시간)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이미지 출처=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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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유현석 기자] 국제 유가가 14년 만에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면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치솟을 대로 치솟은 원자재 가격 부담에 에너지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올해 경영 계획은 이미 틀어진 상태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추가 에너지 제재 여부에 따라 '오일쇼크' 수준의 파장도 불가피해 국내 경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7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1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장중 12.81% 오른 배럴당 130.50달러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각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123.21달러에 마감했다. 전일 대비 5.1달러(4.32%) 오른 수치다. 역시 장중 15.99% 오른 137.00달러를 찍으며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원유 의존도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산업계의 비용 부담은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유 수입 물량 중 러시아산은 5.6%인 5374만배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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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해운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매출원가에서 항공은 20~30%, 해운사는 15~25%를 각각 쓸 정도로 유류비는 높은 고정비 요소로 꼽힌다. 실제 대한항공은 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 연료비에만 5891억원을 쏟았다. 전년 동기 대비 128.2% 증가한 액수다. 연간으로는 1조8000억원으로 2020년보다 44.3% 증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계적 수치와 시장상황을 감안해 헤징(위험 회피) 등을 시행해 위험관리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HMM도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비용을 뜻하는 매출원가 4조3941억원 중 15.5%인 6814억원을 연료비로 썼다. 지난해 12월부터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만큼 올해 1분기 이들 업체들이 유류비에 쏟아넣는 비용은 더 커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벌크선이냐 컨테이너선이 중심이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으나 연료비 상승은 해운업계에 악재"라고 말했다.
원유로 석유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업계의 타격도 우려된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 정유사의 원유 비축분을 합치면 200일 가량된다"면서 "당장 나프타 수급에 차질을 빚어 공장을 '셧다운'할 가능성은 낮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 생산 단가가 올라 제품 원가 경쟁력이 낮아지는 등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전쟁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원유 비축분 가치 상승으로 재고평가 이익을 보지만, 급등세가 지속되면 불확실성이 커져 석유제품 가격이 인상, 수요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동률 하향 조정 같은 긴급 조치를 검토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석유제품에서 원윳값과 수송비 등을 뺀 정제마진도 급감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1월 계약분은 3~4월까지는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추고 싶어도 물량을 비축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쟁 여파로 유가 변동성이 커져 정제마진이 단기 급감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흐름이 전체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질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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