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 제재에 우리만 왜 늦었나 하고 비판을 받는데 그건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외교가 나서서 협상을 할 수 없게 손발이 묶인 현 정부조직 구조 때문이었다."
지난달 28일 외교부의 경제외교사령탑으로 부임한 윤성덕 경제외교조정관(사진)은 일주일간 집에 제대로 들어가질 못했다. 출근 첫날 우리 정부의 대러시아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자 너무 늦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 후론 매일같이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반격 포화가 쏟아지는 가운데 경제전쟁터를 지켜야 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윤 조정관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번 러시아 독자 제재는 선례가 없는 일이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비해 시간이 걸렸던 것은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외교부는 사태 초기에 독자 제재는 없다고 했는데 사실상 하루 만에 독자 제재로 돌아섰다. 그는 "앞서 이란 제재 때만해도 미국 정부가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2차 제재를 했기 때문에 제재에 동참한 셈이었지만 이번에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먼저 제재 조치를 취하고 우리도 러시아 금융기관에 대해 독자적으로 제재를 한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그러나 윤 조정관은 우리가 우방국에 비해 제재 동참이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미국 정부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에서 한국을 면제국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 실질적으로 시간이 그 정도 걸린 것일 뿐 특정 정부부서에서 해결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처음부터 외교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면 제재 결정이 빨랐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스크바나 워싱턴의 우리 외교관들이 제재가 이뤄지기 전에 정확한 정보를 빨리 수집해 좀 더 연구를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를 경제안보 차원에서 분석·판단했다면 하다못해 지금보다 속도는 빨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러시아 제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주관부처와 이견이 있었음을 내비친 것이다. 윤 조정관은 "현재 미국 등 우방국은 경제안보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와 통상의 분리된 구조로는 통하지 않는다"며 "외교에서 통상교섭권을 갖고 있지 않다 보니 손발이 묶인 채로 경제안보 업무를 해야 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윤 조정관은 대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다"며 "추가적인 제재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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