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긴 꽃잎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 마지막 연인 = 찬쉐 지음. 강영희 옮김.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중국 작가의 장편 소설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소설은 가상의 서양 A국과 남부 열대 지역의 고무나무 농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사랑의 정점을 지나 권태기를 겪는 세 커플이 등장한다. 의류회사 영업부 매니저 존과 아내 마리아, 이 회사 사장 빈센트와 아내 리사, 고무나무 농장주인 레이건과 연인인 농장 일꾼 에다.
다양한 이유로 권태기를 경험하는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계의 느슨함에 대처한다. 존과 마리아는 취미에 전념하고, 빈센트와 리사는 성적 욕망과 자아를 추구한다. 레이건은 도망친 에다의 행방을 쫓는다.
세 커플은 비현실적인 시공간에서 서로의 현실을 발견하며 깨달음을 얻는다. 수수께끼 같은 상대를 이해하는 방법은 공감과 이해뿐이라는 것.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죠.'
은행나무. 516쪽. 1만6천 원.
▲ 불가코프 중단편집 = 미하일 불가코프 지음. 김성건 옮김.
소련 시대 러시아 문호로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에서 태어난 미하일 불가코프(1891~1940)의 국내 미발표 중단편을 모았다.
책에 실린 '3일 밤에'와 '제가 죽였습니다', '중국인 이야기'는 전쟁의 참상을 담은 작품들로 작가의 참전 경험에서 태어났다.
작가는 키이우 의과대학 재학 시절 징병 돼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내전에 또다시 징병 되며 전쟁의 포화를 겪었다. 이때의 경험은 '3일 밤에'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제가 죽였습니다'에선 도시 밖 군인들이 벌인 잔혹한 행위가 의사 야시빈의 목소리를 통해 좀 더 상세히 묘사된다.
'중국인 이야기'는 원하지 않는 전쟁에 참전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겪는 한 개인의 모습이 처절하게 그려진다.
작품들은 한 세기 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벌어진 일을 담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도하는 지금의 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364쪽, 2만800원.
▲ =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선미 옮김.
'영혼의 집'으로 유명한 라틴 아메리카 대표 작가의 최신작이자 스무 번째 소설이다.
스페인 내전을 겪은 주인공들이 파시즘의 광풍을 피해 칠레로 망명을 떠나 뿌리를 내리는 기나긴 여정이 그려진다.
실존 인물 빅토르 페이 카사도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의 생애와 허구를 엮었다.
작가 역시 주인공처럼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독재를 피해 베네수엘라로 망명을 떠난 경험이 있다. 그는 이방인의 아픔과 비극적 역사의 상처를 생생히 담아내면서 사랑과 우정, 연대를 이야기한다.
소설 제목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칠레 국민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 '언젠가 칠레'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주인공의 삶의 전환점마다 영향을 미치는 네루다의 시가 소설의 각 장을 연다.
민음사. 476쪽. 1만7천 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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