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전 중인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연일 핵위협을 하면서 긴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 발사를 연기하며 긴장 조절에 나섰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군사적 개입 문제를 둔 신경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나토의 도움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핵무기가 포함될 것이며 파괴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핵전력의 ‘특별 전투준비태세’ 전환을 거론한 뒤 핵으로 위협하는 모습을 이어오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대통령 명령에 따라 강화된 전투 준비태세에 돌입했으며, 지난 1일에는 핵잠수함과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훈련차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핵위협은 엄포 용이며 실제 이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황이 풀리지 않고,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로 푸틴 대통령이 코너에 몰린다면 극단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 군축협회 이사인 대릴 킴볼은 “이젠 양측이 모두 물러서서 핵이라는 단어를 옮겨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도 긴장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날 미 국방부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이번주 예정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 3’의 시험 발사 연기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오해를 받거나 잘못 해석될 수 있는 어떤 행동에도 연루될 의도가 없음을 보여주려는 노력”이라며 “러시아가 핵 태세에 관한 수사에서 강도를 낮춰 화답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상호간에 핵 위협을 자제하고 긴장을 완화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최근 나토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문제를 두고 서방 국가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나토 간 무력충돌 가능성에 대해 “그러한 위험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의) 무기 공급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것”이라며 “추가적인 사고를 배제할 수 있는 어떠한 보장도 없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파병에 선을 긋는 나토의 입장과 관련해서는 “이는 이성적 표현이며 나토의 행동에 최소한 약간의 분별력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토 회원국들도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들은 최근 100대 이상의 전투기를 우크라이나 주변 30개 지역에서 운용하고 있고 120척 이상의 함정이 발트해에서 지중해로 초계근무 중이다. 수천 명 이상의 병력을 동쪽 경계선에 배치하며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대해서는 서방 국가들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군수물자 지원도 결국 러시아군을 살상하는 무기를 반입하는 것이라 보복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러시아와 나토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달라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에 나토가 난색을 보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비행금지구역에 러시아 항공기가 침입한다면 나토와의 충돌로 이어지며 이는 확전을 의미한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공세 수위가 높아질수록 나토의 개입을 바라는 우크라이나의 목소리는 더 커질 전망이다.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C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며 나토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다시 요구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 각국의 안보를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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