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공약 강조하려 억지 연결…‘통합’ 내세우며 반대 행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특유의 ‘대립항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성인지 예산 대 국방 예산, 시민단체 불법이익 대 자영업자 고충 등 언뜻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분야를 맞붙여 말하는 때가 적지 않다. 엄밀한 의미의 재원조달 방안이라기보다 자신의 공약을 강조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별개의 정책 분야들을 대립항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윤 후보가 앞세우는 ‘통합의 정치’와는 거리가 있다.
윤 후보는 지난달 28일 강원 홍천 유세에서 “이 정부가 무슨 성인지 감수성 예산이라고 1년에 30조씩 쓴다”며 “조금만 안보에 다시 돌려놓으면 얼마든지 평화를 지키고 저쪽(북한) 도발을 억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보 예산 중 성인지 예산에 들어갔던 세금을, 다시 안보 예산으로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경북 포항 유세에서도 “정부가 성인지 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 돈 일부만 떼어내도 이북의 핵 위협을 안전하게 막아낼 수 있다”고 했다. 국방 예산을 거듭 성평등 예산 문제와 엮어 대립항처럼 설명한 것이다. 성인지 예산제도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재정운용에 반영하는 제도’(양성평등법 16조)로, 별도 사업별로 편성되는 예산도 아니다.
윤 후보는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민단체 불법이익 전액 환수’하여 고통받는 자영업자와 어려운 약자를 위해 쓰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정의연, 광복회 사례처럼 세금과 기부금을 횡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며 “시민단체 불법이익을 전액 환수하고 공금 유용과 회계부정을 방지할 수 있는 ‘윤미향 방지법’ 통과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불법이익을 국고로 환수, 필요한 부분에 쓰겠다는 취지로 읽히지만 시민단체 문제를 자영업자·약자 문제와 엮으면서 어떤 식으로 돌려줄지 구체화하진 않았다.
공약집의 해당 부분에는 ‘기부금 단체 국민참여 확인제도’를 도입하고 불투명한 회계처리의 페널티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는 단체는 3년간 국세청 개별 검증을 의무화하고 투명성 강화 조치를 위반할 경우 기부금 모금 제한 등 벌칙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윤 후보는 앞선 연설에서도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을 비판할 때 “노동자 삶이 나아졌나. 민노총(민주노총), 전교조, 몇개 시민단체 끼고 자기들끼리 나눠 먹었다”(지난 17일, 경기 용인) 등 전체 노동자와 특정 노동단체·시민단체를 가르는 발언을 했다.
윤 후보는 막판 선거운동에서 국민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1일 서울 신촌 유세에서도 “정치에 발을 디딘 초기부터 지역을 통합하고, 진영을 통합하고, 오로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정신만 함께하면 모든 분과 함께 간다고 누차 말했다”며 “이게 국민통합, 정치개혁 아닌가”라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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