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
머신러닝 인공지능(일러스트) |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알고리즘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생각은 이제 상식이 됐다. 깜빡 잊어버린 쇼핑 목록을 적절한 때 화면에 다시 띄워주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위력 앞에서, 알고리즘이 인간의 욕구와 감정까지 추적·분류하고 마침내 조작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 시나리오는 점점 뚜렷해진다.
스웨덴 웁살라대학 응용수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섬프터는 에서 데이터와 통계를 검증해 이같은 통념을 반박한다. 알고리즘이 선별해 제공하는 정보들 속에 갇히는 '필터 버블' 효과 역시 미디어의 호들갑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고도 말한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페이스북이 일상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이용자 11만5천 명의 뉴스피드에서 긍정적 게시물을 빼고 부정적 게시물을 평소보다 더 많이 배치했다. 부정적 게시물을 더 많이 읽은 이용자가 긍정적 단어를 사용한 비율은 대조군에 비해 불과 0.1% 적었다. 부정적 뉴스를 실컷 읽어도 부정적인 단어를 한 달에 한 개 정도 더 사용하는 데 그쳤다.
"우리의 행동에 대한 알고리즘의 예측은 타인의 예측만큼 정확한 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알고리즘의 한계를 잘 아는 사람이 사용할 때, 알고리즘은 최고의 성능을 낸다." 모든 음악을 1천 가지 넘는 장르로 분류하는 스포티파이의 추천음악은 종종 취향을 벗어난다. 알고리즘을 아무리 정교하게 짜더라도, 그 결과물은 인간의 손으로 다시 가공된다. 저자가 이 과정을 '데이터 연금술'이라고 부르면서 "알고리즘의 정확도는 기껏해야 인간의 정확도와 대등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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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인지능력을 복제한 범용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현재까지 연구 현황을 고려하면 한가한 사변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바둑 같은 몇몇 게임에서는 인공지능이 인상적인 성과를 올렸지만, 참을성이 필요한 '미즈 팩맨' 게임에서 인공지능의 점수는 프로게이머의 12%에 불과했다. 인공지능은 사물을 보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지만,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이해하거나 계획을 세우지는 못한다.
저자는 심지어 현재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을 박테리아에 비유한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대체할지가 아니라 이미 개발된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할지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알고리즘들은 우리가 해야 하는 하찮은 일들을 줄여줄 잠재력을 지녔지만 인간과 유사한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다."
해나무. 전대호 옮김. 400쪽. 1만8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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