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폴란드 "신속한 가입 절차 제공해야"
전직 유럽 정상들 "러시아에 정치적 메시지 될 것"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시민들이 25일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염원하는 반전 집회를 하고 있다. 트빌리시=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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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지지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이 연대의식으로 이어졌다. 전쟁까지 불사한 러시아의 반발 탓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EU에 합류하면 역내 안보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도 깔려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매우 긴밀하게 협력해 왔고 우크라이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안에 속하게 됐다”며 “그들은 이미 우리 중 하나이며 우리는 그들을 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EU 가입을 위해선 단일 시장으로 통합해야 한다”며 공식 절차까지 언급했다. 이날 EU는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EU 회원국에 준하는 대우를 한 것이다.
EU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숙원이다. 나토와 EU 가입을 위해 2019년 헌법까지 개정했지만, 아직 후보국은커녕 예비 후보국에도 오르지 못했다. 2014년부터 8년째 지속되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과 고질적인 정치 부패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현실화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새로운 특별 절차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즉각적인 가입을 EU에 요청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모든 유럽인과 함께 있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평등해지는 것”이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웃나라들의 지원 사격도 잇따르고 있다. 에두아르드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는 “전쟁을 겪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EU는 완전히 새로운 가입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에 말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예외적 절차를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헤게르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자신을 위해 싸울 뿐 아니라 우리를 위해 싸운다. 그들이 우리의 시스템과 가치를 보호하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해야 한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고 역설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힘을 보탰다. 두다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에 즉각 후보 자격을 부여하고 지체 없이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재건을 위해 EU 기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4일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왼쪽)과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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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자체가 러시아를 제재ㆍ압박하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과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전 에스토니아 대통령,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 등은 24일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공동 기고문을 보내 “러시아의 무자비한 침략전쟁에 맞서 유럽과 서방은 무력이 아닌 법이 지배하는 국가의 연대 구조에 우크라이나를 포함시키도록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나토 가입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EU가 우크라이나에 회원국 관점을 제시하는 것은 대담하고 용기 있고 의미 있는 정치적 발언이며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본격화된 이후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EU와 나토 가입 열망은 한층 커졌다. 싱크탱크 얄타유럽전략이 이달 중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EU 및 나토 가입에 찬성하는 답변은 각각 75%와 64%에 달했다. 우크라이나 사회학그룹이 16, 17일 이틀간 우크라이나 성인 1,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68%가 EU 가입을 지지했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스태티스타는 “평화와 안정을 위해 유럽 동맹국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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