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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취재썰]4개월 만에 사라지는 방역패스…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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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2015년 홍상수 감독의 영화입니다. 유부남인 극중 영화감독이 우연히 여화가를 만난 뒤 밀고 당기는 내면의 감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1부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와 2부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로 나뉘어 같은 상황에서 남녀 배우들의 반응이 아주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입니다.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이야기를 그려내며 미세한 반응이 어떻게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줍니다.

오늘 방역당국은 내일(3월 1일)부터 식당·카페 등 11종 다중이용시설 전체에 대한 방역패스 일시 중단을 선언하며 그 이유로 이 2015년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을 인용했습니다. 방역패스를 도입한 지난해 11월은 방역패스가 필요했지만(맞았지만) 지금은 필요가 없어졌다(틀리다)는 겁니다. 4개월 만의 정책변경입니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브리핑을 통해 “예방접종률이 향상돼서 방역패스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커지고, 또 사회적 연대가 약화되고 있는 문제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의 방역패스가 델타 변이 유행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델타와 달리 전파력은 강하지만 중증화율·치명률은 낮은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방역패스가 가지고 있는 효용성이 떨어다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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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쉽게 말해 델타 변이상황에서 방역패스의 필요성과 오미크론 변이 상황에서 방역패스의 필요성이 다르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말 그대로 상황이 변했다는 겁니다. 네 맞습니다. 정책은 상황에 따라 바뀌어야 합니다. 유연성을 잃은 정책은 고집과 불통의 또 다른 말임이 틀림없습니다. 미세한 현장 반응이라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달린 일이라면 정책을 변화시켜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입니다.

다만 정책 변화에는 원칙이 있습니다. 어떤 정책이든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미 우리는 원칙과 일관성을 잃은 정책이 삶을 어떻게 힘들게 하는지는 수차례 경험했습니다. 가까운 예로 부동산 정책이 있습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다며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반대로 갔고 다시 부작용을 잡는다며 보완책을 낸 뒤 또다시 땜질을 반복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이제 시장은 더 이상 정책을 믿기 보다는 차기 정부가 어떻게 할지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경제 정책이 이러한데 하물며 사람 목숨이 달린 방역정책은 어때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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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현장에서는 “결국 백신 안 맞은 사람이 승자"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방역패스도 없앴는데 거리두기랑 영업제한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모두 방역당국이 느끼는 위기감과는 180도 다른 반응입니다. 이렇게 한 번 무너진 방역의식의 둑을 다시 쌓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아직 코로나19 정점을 지나지 않은 우리나라로서는 큰 위기입니다. 방역패스를 중단하며 3차 접종은 반드시 해달라는 정부의 발표가 앞과 뒤가 다르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입니다.

정책 일관성은 곧 예측 가능성입니다. 예측 가능한 사회여야 구성원들이 미래를 대비하고 설계할 수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으면 모든 것을 대비해야 하는 만큼 비용과 피로도가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앞으로 내놓을 방역정책에 대한 신뢰도 역시 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정부는 핑계를 대지 말고 방역정책이 왜 바뀌는지에 대해 국민적 이해를 구했어야 합니다. 잘못된 방역정책이었다면 사과가 우선입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말은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방역당국이 하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말입니다.

세줄요약

#정부 “방역패스 이제부터 안함”

#안티백서 "결국 백신 안 맞은 사람이 승자 ㅋㅋ”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나 한순간에 새됐으” BGM by PSY

이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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