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네 식당에서 가장 저렴한 술이었던 소주 가격이 1000원 오르자 주말 사이 소비자들의 불만이 쇄도했다고 한다. 그는 “‘소주로 얼마나 남겨 먹으려고 그러느냐’며 호통을 치는 손님도 있었다. 임대료랑 인건비 생각하면 1000원도 적은 인상 폭인데 손님들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주류업체의 출고가 인상과 대형마트 소주 가격 인상 소식 등으로 소주 매출이 일시적 급증한 27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이 주류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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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맥 1만원’에 손님들은 버럭
27일 서울 광진구의 번화가 일대 상인들은 소주 가격 인상의 여파가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출고가가 오르기 전 이 상권에서 소주 1병의 가격은 보통 4000원이었지만, 지난 주말부터는 대부분 5000~6000원으로 올렸다고 한다.
이곳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50대 허모씨도 지난 25일부터 소주 가격을 5000원으로 올렸다. 이 식당에서 파는 국내 제조사 맥주 가격은 5000원이다. ‘소맥’을 마시려고 소주와 맥주를 1병씩 시키면 1만원이 나오는 셈이다. 허씨는 “어제 한 손님이 바뀐 가격을 보더니 ‘소맥 1만원이 말이 되느냐’며 버럭 화를 내더니 가게를 나갔다. 맥주 가격을 올렸을 땐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소주 가격이 올라가니 손님들 반응이 유독 안 좋다”고 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국민 술’로 분류되던 소주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의 반발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출고가 인상 폭보다 가격을 더 많이 올린 자영업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도매가 상승과 코로나19로 인한 영업난 등을 고려할 때 1000원 이상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정모(54)씨는 “지난주부터 도매업체에서 사오는 소주 한 짝(30병) 가격이 4만5000원에서 5만원으로 올랐다. 유통마진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손실분까지 생각하면 1000원도 많이 양보한 인상 폭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소주 판매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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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가격 줄인상 예고에 ‘소주런’도
주류업계에선 하이트진로를 필두로 소주 가격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이어 업계 2위인 롯데칠성음료도 내달 5일 자로 ‘처음처럼’ 등 일부 소주 제품 출고가를 인상하기로 했다. 정확한 인상 폭은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여러 조치를 단행했지만, 물류비와 제조경비 상승이 계속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가격이 오르기 전 소주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하이트진로가 소주 가격 인상을 발표한 이달 18일부터 23일까지 소주 매출이 2주 전인 4~9일보다 79%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소주 매출이 34% 늘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소줏값 인상 전 소비자들이 개점과 동시에 매대에 쌓인 소주를 사재기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명품 매장에서의 ‘오픈런’(개장 전 대기하다가 문을 여는 순간 매장으로 달려가는 것)에 빗대 ‘소주런’이라는 신조어가 소셜미디어 등에 퍼졌다.
한편 오는 4월 주세 인상(2.49%)을 앞둔 맥주도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업계 1위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 조치에 따라 다른 업체들도 출고가를 올릴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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