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1항도 위헌 결정난 구법 조항과 내용 같아
대검, 음주측정거부와 음주운전 결합 사안은 종전대로 '윤창호법' 적용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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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한 하급심 판결들이 대법원에서 잇따라 파기환송됐다.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한 것은 2020년 6월 개정되기 전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벌칙) 1항이지만, 이후 개정된 현행 도로교통법 역시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헌재 위헌 결정의 취지에 따라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무면허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헌재는 2011년 11월 25일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1항 중 '제44조 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결정을 선고했다"며 "원심이 피고인에게 적용한 (현행)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1항 중 제44조 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은, 위 헌재 결정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앞서 본 이 사건 위헌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 이유와 같은 이유에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1항 중 제44조 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 또는 그 적용에 따른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공소장 변경절차 등의 필요 유무 등에 관해 심리·판단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이를 살펴보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충청남도 공주시 모처에서 무면허 상태이자 혈중알코올농도 0.146%의 만취 상태에서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를 몰고 약 11㎞를 이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미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2016년 음주측정거부로 각각 벌금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사건 당시 시행됐던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벌칙) 1항은 '제44조 1항(음주운전금지) 또는 2항(음주측정에 응할 의무)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1항 역시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2018년 '윤창호 사건' 이후 개정됐는데 종래 3회 이상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했던 것을 2회 이상 음주운전자부터 가중처벌하도록 하면서 '1년 이상 3년 이하'였던 징역형과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였던 벌금형의 법정형을 모두 상향 조정한 것이다.
헌재는 지난해 11월 해당 조항에 대해 최초 음주운전과 재범 사이에 아무런 기간 제한도 없이 또 죄질을 묻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한 것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1항 중 2회 이상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
음주운전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다양한 행위 유형이 포함될 수 있는데, 가령 10년 전에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면 처벌대상이 되는 음주운전이 재범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교통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나 안전의식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진 반규범적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려워 일반적 음주운전 금지 규정 위반행위와 구별해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 같은 윤창호법 조항에 따라 기소된 A씨에게 1심은 "이미 4회의 음주운전 전과와 4회의 무면허운전 전과가 있음에도 이전 범행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기도 전에 동종 범죄를 반복해 저질러 개전의 의지가 매우 부족해 보인다"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2심도 이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그런데 2심에서 항소가 기각된 뒤 한 달 뒤 헌재가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비록 헌재가 직접 위헌 결정한 것은 A씨에게 적용된 현행 도로교통법이 아니라 개정 전 구 도로교통법 조항이지만, A씨에게 적용된 조항과 내용이 같은 만큼 헌재 결정의 취재에 따라 위헌적 조항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은 파기돼야 하는데 이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부분과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됐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의 대상이 된다"며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3부는 2011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지 10년 만인 지난해 2월 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벌금 1200만원을 선고받은 B씨와, 2007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뒤 2020년 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C씨에 대한 사건도 같은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지난해 말 대검찰청은 ▲수사 중인 사건은 음주운전 일반 규정으로 기소하되 가중사유를 구형에 적극 반영하고 ▲재판 계속 중인 사건은 공소장을 변경하되 구형을 강화하고 ▲재판이 확정된 사건은 재심 청구가 있는 경우 재심 절차에서 공소장 변경 등 조치를 할 것을 각 일선 검찰청에 지시한 바 있다.
또 대검은 '음주측정거부 재범사건'이나 '음주운전과 음주측정거부가 결합된 사건'에 대해서는 기존과 동일하게 처분하도록 지시했다.
헌재가 위헌 결정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1항은 '제44조 1항(음주운전금지) 또는 2항(음주측정에 응할 의무)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다.
그런데 헌재 결정 당시 병합심리가 된 3건의 사건 당사자들이 모두 2회 이상 음주운전자였고, 음주측정을 거부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헌재는 ‘2회 이상 음주측정거부자’에 대한 가중처벌 부분은 따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헌재의 결정 주문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1항 중 '제44조 1항(음주운전금지)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부분위헌 형태로 나온 만큼 음주측정거부에는 헌재의 위헌 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대검은 해석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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