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접한 폴란드·헝가리·루마니아 수용시설 설치 등 대책 마련 분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이틀째 계속되면서 전쟁을 피해 탈출하는 피란민 행렬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에 유입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늘어나면서 이들 국가는 난민 유입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약 10만명의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집을 떠나 피란길에 올랐으며, 수천명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는 약 4346만명이다.
전쟁 이틀째인 25일 폴란드의 접경 도시이자 국경 검문소가 있는 메디카에는 전날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국민의 피란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짐 보따리를 들고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이동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535㎞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에는 대규모 우크라이나 난민이 밀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전쟁이 시작된 24일 하루 동안 전날보다 2배 늘어난 1만5000명의 우크라이나인이 폴란드에 유입됐다고 밝혔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의회 특별 세션에 참석해 “우리는 난민들을 환영하며 그들을 도울 것”이라며 폴란드가 일원인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적극 수용할 것을 강조했다.
폴란드는 난민들을 위해 국경 인근에 임시 시설 9곳을 마련하고 식사와 숙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마리우스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부 장관은 “폴란드에 도착하는 난민 물결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615㎞ 길이의 국경을 접하고 있는 루마니아에도 5300명의 우크라이나인이 들어왔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루마니아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부수적 효과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국경 가까이에 6~7곳의 난민 수용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헝가리 국영 MTI통신에 따르면 24일 하루 동안 최소 400~500명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왔다고 전했다. 헝가리인 집단 거주지가 있는 우크라이나 서부 트란스카르파티아에서 산을 넘어온 크리스티안은 “떠날 여력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피란길에 올랐다”며 “공습 사이렌과 폭격 소리로 아침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슬로바키아도 접경지역에 군인 1500명을 배치하고 난민 수용 준비에 나섰다.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는 시민들의 탈출 행렬이 계속됐다. 피란 차량 행렬로 꽉 막힌 도로에 있던 키예프 인근 거주 시민 보그단은 뉴욕타임스에 “키예프가 공격받는 일만큼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며 “부디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불행이 없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갈 곳이 없는 이들은 포격을 피해 급히 지하철로 대피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날 새벽 폭격이 시작된 이후 키예프 시민 수백명이 급히 지하철역으로 대피하면서 고성이 오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고 전했다.
지하철 승강장에 있던 청소년들은 처음 겪는 폭발음에 신경이 예민해진 탓인지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고꾸라지곤 했다. 21세 학생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거의 잠을 자지 못해서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지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미국 워싱턴 러시아대사관 앞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과 일본, 멕시코, 레바논 등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멈추라’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러시아에서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도시 곳곳에서 수천명이 반전 시위를 벌이다 당국에 체포됐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형제 국가’로 지칭했던 우크라이나를 전면 공격한 것에 충격을 드러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 당국의 체포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인권단체 OVD 인포는 러시아 전역에서 약 1300명이 붙잡혔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인기 래퍼인 옥시미론은 “대다수 러시아인들이 이 전쟁에 반대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것을 이야기할수록 이 공포를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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