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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키예프 휘젓고 다니는 러 군용차량…우크라 수도 함락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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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째인 25일 오전 수도 키예프에 진입했다. AFP통신 등은 이날 10시쯤(우크라이나 현지시간) 러시아군이 키예프 시내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키예프 중심에서 약 10㎞ 북쪽 오볼론을 지나가는 러시아 군용 차량 영상이 올라왔다. BBC는 영상 속 지역이 오볼론이라고 확인했다. AFP 기자는 이 일대에서 소형 무기 발사와 폭발 소리가 들렸고 보행자들이 몸을 피해 달아났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이날 러시아군의 키예프 진입을 확인하면서 시민들에게 집 안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트위터를 통해 “미성년자를 포함, 모든 민간인이 항전에 동참해달라고”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전날 밤 국가 총동원령을 내려 징집 대상자와 예비군 전체를 소집했다. 18~60세 자국 남성은 출국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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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공격 후 파손된 키예프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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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280만 인구의 수도 키예프를 향해 순항‧탄도미사일 공습을 가했다. 수차례 폭발음이 들리고 미사일 파편이 주택가 등에 떨어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군은 "키예프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으나 우리 공군이 적을 공격해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탈출에 나서면서 이날까지 10만 이상이 키예프를 떠났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일부 지역엔 전기가 끊겼다. 민간인 사상자도 잇따르고 있다. 첫날 10여명의 인명 피해가 보고된 가운데 마리우풀시의 시장은 25일 "마리우풀시에서 민간인 3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제2도시 하르키우의 응급 구조대는 아파트에 가해진 포격으로 소년 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남부 흑해 항만은 우크라이나군이 폐쇄했다. 주요 곡물 운송 창구가 봉쇄되면서 공급망 혼란도 우려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두 차례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국민들의 단합을 호소했다. 그는 오전 7시 TV 연설에선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거의 모든 방향에서 막았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 측에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0시30분 SNS 영상 메시지에선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 싸울 이가 보이지 않는다. 홀로 남겨져 싸우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침공 첫날 우크라이나인 137명이 사망하고, 31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군사개입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내엔 나토 병력이 없으며, 병력을 보낼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우리 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의 분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미군 병력 7000명을 추가로 독일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 동맹을 방어하고, 동유럽에 있는 동맹을 안심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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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만에서 열린 반전 시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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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 "우크라이나군이 무기를 내려 놓으면,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공격에서 우크라이나 지상군 기반 시설 83곳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비행기 4대와 헬리콥터 1대, 무인기(드론) 4대를 격추했다고도 주장했다. 침공 첫날 중·단거리 및 순항미사일 100여 발과 폭격기 75대를 동원했으며, 미사일은 흑해 군함을 포함해 육상과 해상, 공중에서 발사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수도 키예프 북쪽에 있는 체르노빌 원전은 교전 끝에 러시아군이 차지했으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 국방부 차관보 짐 타운센드는 워싱턴포스트(WP)에 "연합 부대(combined arms)로 알려진 육군·해군·공군을 투입한 러시아의 이번 대규모 군사 작전은 2008년 조지아(옛 그루지야) 침공을 넘어선 엄청난 단계"라고 평했다.

영국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피해도 파악됐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25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습 후 첫 24시간에 주요 목표물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러시아군이 450명 이상 사망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키예프를 점령한 뒤 정권 교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그들은 나를 1순위 제거 목표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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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개전 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러시아의 군사 작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자국 기업인들과의 면담에서 "이런 일(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작전)은 러시아의 안보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은 러시아 대형 은행 5곳을 제재하고,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제품의 러시아 수출 통제를 시행하는 새로운 제재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영국·호주·일본 등도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내놨다. 전날 제재 동참을 예고했던 대만과 뉴질랜드도 ‘러시아 응징’ 대열에 참여했다.

독일·프랑스·영국·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러시아 곳곳에서도 반전 집회가 열려 시위 참가자 최소 1700여 명이 체포됐다고 WP는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서울=임선영·박소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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