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한 `유료방송 제도 및 규제 개선 방향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제공 =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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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제도 및 규제 개선 방향 토론회.' (2월 16일·국회 의원회관)
'시청각미디어 규제 체계 개편 방향 토론회.' (2월 17일·한국방송회관)
언뜻 보면 서로 다른 성격의 정책 토론회로 보인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들여다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바로 산재한 미디어 시장을 통합·효율화하는 법체계를 만들자는 토론회다. 동일한 주제임에도 두 부처가 하루 차이로 연달아 서로 다른 장소에서 유사 토론회를 연 것이다.
두 부처 간 미디어 법제 개선 논의는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출현과 함께 본격화했다. 날로 커지는 OTT 시장 관리, 감독, 지원 기능을 어떻게 효율화할지를 두고 부처 간 욕심이 커지면서 이처럼 제목만 다르고 논의 주제는 똑같은 정책 토론회로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을 통해 OTT를 다른 유료 방송들과 함께 묶어 관장하고자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이라는 새 법을 제정해 OTT 서비스 업체들을 방통위 소관으로 두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디어업계에서는 "유료방송 시장 통합과 탈규제 논의가 두 부처 간 거버넌스 경쟁으로 치달으면 오히려 법령과 규제만 복잡해질 것"이라는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16·17일 연달아 개최된 두 부처 간 각자도생식 토론회는 이 같은 업계 우려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줬다는 씁쓸한 평가다. 16일 토론회의 경우 윤영찬(더불어민주당)·김영식(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마련한 자리로, 후원 기관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름을 걸었다. 그런데 윤영찬·김영식 의원은 국회에서 동일한 상임위원회(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더구나 해당 상임위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를 함께 관할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토론회에서 방통위는 후원 기관으로는 물론 패널 토론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미디어법 개편 작업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국회가 벌써 특정 부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인상을 남기고 있다. 반대로 17일 방통위 토론회는 과기정통부 인사가 배제돼 건전한 융합 토론의 모습을 연출하지 못했다.
심지어 한 국책연구기관은 두 토론회에서 나란히 주관·주최 기관으로 뛰는 겹치기 활동으로 눈총을 받았다. 바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다. 16일 과기정통부 후원 토론회에는 KISDI 미디어시장 분석실장이, 다음날 방통위 후원 토론회에는 KISDI 방송제도실 소속 연구자가 참석했다. 급변하는 유료 방송 시장에서 통합 법제 정비를 위한 전문 식견을 제공하고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할 KISDI가 부처 간 밥그릇 경쟁에서 눈치만 보는 관전자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당시 토론회에 참석했던 케이블TV·OTT업계 인사들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국회와 각 부처가 규제의 합리적 개선은 뒷전인 채, 밥그릇 싸움에 몰두해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6일 토론회에 참석한 한 기업 고위 임원은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비슷한 성격의 토론회가 연달아 열린 배경은 뻔한 것 아니겠느냐"며 "여야 유력 대선후보 캠프를 상대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미디어 정책을 공약에 넣고자 경쟁적으로 홍보 성격 토론회를 연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대선이 끝나고 출범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부처 간 중첩 업무 등을 두고 '조직 수술' 논의가 벌어지는 단골 부처다.
토론회에 참석한 또 다른 업계 인사는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서는 상황에서 현 정부 기관들 토론회는 시장이나 국민 모두에게 무게감 있는 정책 메시지를 남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정부가 기업들을 불러놓고 이런 홍보성 토론회를 여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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