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세 불안으로 유가 고공행진
IMF 이미 3.0%로 하향조정…민간연구소도 2%대 예측 많아
정부도 경제성장률 전망 수정 불가피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4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로 유지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성장률 전망을 하향했고 국내 민간연구소의 평가 역시 날로 박해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병목,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우리 경제에 하방 압력이 높아지면서 차기 정부는 출범 첫 해 연간 2%대 경제성장률이란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날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차기 정부 출범 후 내놓을 새로운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경제 전망치 수정을 검토하는 건 우크라이나 정세 불안이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등 여건이 악화일로여서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경제전망'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 5.9%, 두바이유 연 평균 배럴당 73달러를 전제로 3.1%의 성장률을 예상했는데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두바이유는 23일(현지시간) 배럴당 93.6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할 경우 원자재 가격이 급등, 시장에서는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IMF도 이미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0월 3.3%에서 지난달 3.0%로 하향 조정했다.
유가가 오르면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원자재 값 상승이 제품 가격에 반영돼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장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석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가속화하면 안전자산 선호도가 상승,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 이탈 가능성도 높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는 305억달러 감소한다. 유가가 120달러까지 오를 경우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는 각각 0.4%p, 516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연구소 중에서는 한국경제연구원(2.9%), LG경제연구원(2.8%) 등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예측하는 기관들도 적지 않다.
이에 차기 정부가 출범 첫 해부터 '돈 풀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정부는 통상 달성 가능한 최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는데 최근 유가 급등, 오미크론 확산 변수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재정적자가 심해 차기 정부는 지금처럼 돈을 풀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도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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