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구 교수 해설·원택스님 감수…한문투, 쉬운 우리말로 바꿔 설명
저자 강경구 교수와 감수 원택스님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1981년 출간된 '선문정로(禪門正路)'는 성철스님이 한국 불교의 전통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 전통을 바르게 정립하고자 써 내려간 법어집이다. 선이 제 길을 벗어나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다양한 불교 경전을 인용해 집필한 선문정로는 성철스님 스스로가 탈고 후 "부처님께 밥값을 했다"고 자평했던 대표작이기도 하다.
이렇든 선문정로는 화두를 참구하는 수행자에게는 이로운 교과서였으나 내용 자체가 어렵고, 많은 부분이 한문투로 쓰인 탓에 접근이 쉽지 않다는 평이 많았다.
성철스님은 책에서 깨달음 이후의 수행이 필요 없음을 뜻하는 '돈오돈수(頓悟頓修)'를 강조하는데 이는 깨달음 이후에도 수행이 지속돼야 한다는 보조국사 지눌(知訥의 '돈오점수(頓悟漸修)' 사상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로 인해 당시 불교계에는 '돈점(頓漸)논쟁'의 격랑이 일었고, 선문정로가 시비에 휘말리는 사이 참선 수행서로서 의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올해로 출간 41주년을 맞은 선문정로, 수행자들이 성철선의 알맹이에 바르게 다가설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동의대 중국어학과 강경구 교수가 풀어낸 '정독(精讀) 선문정로'(도서출판 장경각)는 성철선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공부법을 안내한다.
강 교수의 해설서는 선문정로 19장 체제를 그대로 따르면서 장마다 설법의 맥락과 특징을 짚고, 선문정로의 인용문을 상세하게 분석한다.
요즘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문투의 번역문은 한글세대가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썼다. 글자를 생략하거나 바꿀 경우 '대괄호'를 사용해 문맥과 뜻이 통하도록 했다. 성철이 주창했던 돈오돈수의 의미와 이유 등도 친절하게 소개했다.
그는 해설서를 쓰기로 마음 먹은 뒤로 성철스님을 따라하고,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을 실천하며 선문정로에 담긴 가르침에 근접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성철스님 |
강 교수는 부산불교방송과 국제신문 등에서 강연과 칼럼으로 이름을 알려왔고, '평설 육조단경', '두 선사와 함께 읽는 신신명' 등 불교 관련 저서를 펴낸 바 있다.
해설서 감수는 성철스님의 영원한 시자였던 원택스님이 맡았다.
원택스님은 대학 졸업 뒤 친구와 함께 성철스님이 주석하던 해인사 백련암에 놀러 갔다가 "니 고마 중되라"라는 스님의 말 한마디에 출가를 단행했다. 22년간 은사를 시봉했던 그는 성철스님 열반 뒤로는 여러 기념사업을 펴왔다.
1천16쪽. 4만2천원.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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