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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F-21 미사일 '사업타당성 재검증' 중단됐나…어딘가는 거짓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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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0월 서울 아덱스에 KF-21과 타우러스 장거리공대지미사일 개량형 모형이 함께 전시됐다.

한국형 전투기 KF-21은 시제기 출고식에 이어 이달 엔진 가동 및 활주 시험, 7월 비행 시험 등 차곡차곡 개발 스케줄을 완수하고 있는데, KF-21의 '독침'이자 경쟁력의 핵심인 장거리공대지미사일 개발은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선 아직까지도 누가 개발할지 결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개발 기관을 정하는 사업분과위원회는 지난 17일 결론 없이 끝났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업분과위에 앞서 거쳐야 하는 개발 주관기관 선정을 위한 사타 즉 사업타당성 재검증이 중도에 중단됐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러다 장거리공대지미사일 없는 KF-21이 나올 판입니다.

사타는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경제적, 기술적으로 타당한지 따져보는 필수 절차로 KF-21 장거리공대지 개발 주관기관 사타 재검증의 경우 방사청이 발주해 KIDA(한국국방연구원)가 수행했습니다. 방사청은 ‘사타 완료’를 주장하는 가운데 사타 재검증을 직접 수행한 KIDA를 비롯해 ADD(국방과학연구소), 업체들은 “사타가 중단됐다”는 입장입니다.

사타 재검증 중단이 맞다면 방사청은 절차와 규정을 어겨 장거리공대지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사타 결과를 근거로 사업분과위를 열어야 함에도 사타 없이 무작정 사업분과위를 밀어붙인 격입니다. 아무리 정권 말기라지만 중요 무기체계 개발 절차를 이런 식으로 밟았다면 관련 기관들의 기강해이가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개발 주관기관 조정 사타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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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의 한국국방연구원 KIDA. KF-21 미사일 관련 사타 재검증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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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KF-21 장거리공대지미사일 체계개발은 ADD가 담당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ADD는 첨단, 비닉(秘匿) 기술에 전념하고 일반 무기체계 개발은 업체에 맡기는 ADD 개혁을 추진하면서 장거리공대지미사일 개발 주관기관 선정의 갈지자 행보가 시작됐습니다.

방사청과 ADD는 2019년부터 십수 차례 회의를 거쳐 ADD 개혁을 명분으로 장거리공대지 등의 업체 주관 개발을 결심했고, 2020년 6월 국방부 방위사업추진위에 보고했습니다. 그해 겨울 ADD의 소장과 미사일 개발 총책임자가 모 업체를 방문해 장거리공대지 개발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해가 바뀌어 2021년이 되자 방사청과 ADD의 행동이 급변했습니다. 업체 주관으로 개발한다는 방위사업추진위 보고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주관기관을 ADD로 되돌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입니다. 2월에는 KIDA에 장거리공대지 개발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타진하는 사타 재검증을 발주했습니다. 사타는 발주처의 뜻대로 “업체가 개발하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ADD가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수렴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타 재검증이 중단됐다는 것입니다. KIDA 핵심 관계자는 “최종 보고서를 내지 않고 지난 가을 중단됐다”, “방사청과 ADD가 업체에 맡기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같은 결론의 사타를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방사청의 지시로 사타가 멈췄다”고 덧붙였습니다. ADD 고위 관계자도 “사타 재검증은 중단됐고 ADD가 개발 주관기관이 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방산업체의 한 임원은 “사타 중단 자체가 위법한 것”이라며 “언제는 업체에 개발을 종용하더니 이제 와서 절차 어기면서 일감 빼앗느냐”고 쏘아붙였습니다.

사타 중단됐다면 사업분과위는 무슨 회의를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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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천 청사 내의 방위사업청. KF-21 미사일 관련 사타 재검증을 발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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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 재검증을 직접 수행한 KIDA, 그리고 미사일 개발에 깊이 관여하는 ADD와 업체에서 한목소리로 “사타가 중단됐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사타가 진짜로 중도에 중단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17일 공대지미사일 개발 주관기관 조정안을 논의한 사업분과위원회라는 정부 심의는 무엇을 가지고 회의를 했을까요?

옳은 절차라면 사타 재검증의 결과를 토대로 안건을 토의했어야 합니다. 사타가 멈췄다면 사업분과위는 아무 근거 없이 그저 시간만 축낸 것입니다. KIDA 관계자도 “(사타와 사업분과위의) 순서가 이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업분과위는 “개발 주관기관 조정의 이유를 명확히 밝히라”며 안건을 통과시키지 않았습니다.

이에 반해 방사청은 “사타는 중단 없이 작년 11월 종료됐다”, “3급 기밀의 사타 재검증 최종 보고서도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KIDA, ADD, 업체들과 완전히 상반된 주장입니다.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거짓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숨기기 위해서입니다. 어느 쪽이 어떤 목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요? 곧 밝혀질 것입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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