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완전자율운항 성공… 컨테이너 싣고 뱃길 298km 이동
배 사고 62%, 사람 실수로 발생… 보험료 등 운용비 효율화 기대
2025년부터 상업운항 본격 개시
194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인 미카게가 지난달 24일 일본 후쿠이현 쓰루가항과 돗토리현 사카이항 사이 298km 뱃길에서 자율운항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쓰이OSK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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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해운사 미쓰이OSK라인이 지난달 24일 세계 최초로 컨테이너선의 자율운항에 성공했다. 이 회사의 연안 항로용 194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인 미카게는 후쿠이현 쓰루가항을 출항해 돗토리현 사카이항까지 298km의 뱃길을 단 한 명의 선원도 태우지 않고 성공적으로 운항했다. 출항부터 운항, 목적지 도착 후 정박까지 배가 스스로 모든 단계를 수행해 세계 최초로 화물선 완전자율운항에 성공했다.
이달 7일에는 204TEU급 컨테이너선 스자쿠가 일본 혼슈 남동쪽 도쿄만과 혼슈 중앙부 이세만 사이 약 380km의 뱃길에서 시험 운항을 시작했다. 이 해역은 전통적으로 해상 교통량이 많은 해역이다. 일본은 최근 5년 새 완전자율운항 화물선 개발과 운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늦어도 2025년부터는 완전자율운항 화물선의 상업 운항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 자율운항 선박 4단계 최종 단계 진입
자율운항 선박은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기상 상황과 주변 선박, 암초 같은 해상 장애물과 위협을 파악해 운항하는 선박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이런 자율운항 선박의 자율화 등급을 4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선원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수준, 2단계는 원격제어는 가능하지만 선원 승선이 필요한 수준, 3단계는 선원 승선 없이 원격 제어가 가능한 수준, 마지막 4단계는 완전자율운항 단계다.
선박 기술 강국 사이에서는 자율운항 선박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노르웨이 비료 생산 회사 야라가 선박 제조 기업 바드와 손잡고 개발한 120TEU급 완전자율운항 전기 화물선이 첫 시험 운항에 나섰다. 하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운항이 이뤄지면서 완전자율운항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일본의 미카게에는 선원이 타지 않았다. 미카게는 위성항법시스템(GNSS)과 라이다(LiDAR) 센서를 이용해 스스로 출항과 운항, 입항, 항만 접안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배에 탑재한 드론으로 항구 작업자에게 고정줄을 내려 정박까지 마무리했다. 미카게는 4단계인 완전자율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국제 선박 기술 관계자들의 평가다.
○ 인건비, 운용비 효율화와 사고 손실 줄일 획기적 기술
가뜩이나 인건비와 각종 운용비 상승에 시달리는 선박 회사들은 완전자율운항 선박 기술에 관심이 많다. 2020년부터 일본의 완전자율운항 선박 개발 사업을 지원해온 비영리단체 일본재단은 완전자율운항 선박 도입을 통해 2040년 약 1조 엔(약 10조3700억 원)의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해상 사고에 따른 보험료와 비용 손실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유럽해사안전청에 따르면 2011∼2015년 해상 선박사고 880건 중 62%가 사람의 실수로 발생했다.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도 해결할 방안이라는 평가도 있다.
현재 국내에선 여객선, 과학탐사선, 군 함정 등 일부 소형 선박에 적용할 정도로 기술력이 올라왔다. 현대중공업의 자회사 아비커스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12인승 크루즈선의 완전자율운항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형 선박은 아직 기술 개발이 더디다. 여동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자율지능운송연구본부장은 “대형 선박은 운항 범위가 넓고 항해 시간이 길어 그에 맞는 제어와 통신보안 기술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며 “선박 출항과 안전한 도킹을 위한 자동화 기술의 고도화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일본 2025년 상업 운항, 한국도 같은 해 운용 시작
일본은 2025년 상업 운항을 시작해 2040년에는 일본 국적 선박의 절반 이상에 완전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본다.
아직까지는 국제 해상법상 완전한 무인 운항은 불가능하다. 반드시 배에 사람이 타고 있어야 운항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을 바꾸지 않아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필수 선원들만 태우면 완전자율운항 적용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어큐트마켓리포트에 따르면 관련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 규모가 2357억 달러(약 28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과 핀란드 등 유럽과 중국도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 외에 롤스로이스 등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주도로 2020년 1600억 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3단계의 자율운항 선박을, 2025년 이후 완전자율운항 선박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여동진 본부장은 “2025년부터 완전자율운항 선박 운용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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