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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엔 인권보고관 "靑, 北피살 정보공개 왜 항소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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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중인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이 17일 지난 2020년 북한군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을 만났다. 킨타나 보고관은 청와대가 유족의 정보 공개 청구 요구에 왜 따르지 않는지 의문을 표하며 사망 경위 관련 충분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중앙일보

2020년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형 이래진 씨,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이 씨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사무소에서 면담한 모습. 이래진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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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유엔에 서한 전달..."정부가 정보 은폐"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유엔 인권사무소에서 열린 면담에서 숨진 해수부 공무원 이 모 씨의 형 이래진 씨는 킨타나 보고관에게 유족의 요구를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은 6개 항으로 이뤄졌으며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 앞으로 돼 있다.

서한에는 "재판을 통하여 일부 승소한 정보공개 청구의 내용을 대한민국 정부는 즉각 이행하라", "유엔과 국제사회는 남북한 모두에게 공동 진상조사를 통해 투명한 국제법 질서를 확립하라" 등의 요구가 담겼다. 이래진 씨는 이날 면담에서 "정부가 동생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은폐하고 있으며 이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이행될 수 있도록 유엔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유족은 정부가 이 씨의 사망과 관련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고 보고 지난해 1월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11월 군 기밀을 제외한 사망 경위 등 정보가 유족에게 공개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해양경찰청은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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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사무소에서 열린 면담에서 2020년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형 이래진 씨가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전달한 서한. 이래진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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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타나, 정보공개청구 항소한 靑에 의문 표해



유족 측 설명을 들은 킨타나 보고관은 이 자리에서 "청와대가 도대체 왜 항소를 했으며 항소를 할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에 이래진 씨와 유족 측 변호를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정보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될 경우 최장 30년간 열어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최장 30년까지 열람이 제한된다.

이에 킨타나 보고관은 "유족의 우려를 유엔 측에 잘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래진 씨는 이날 면담 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킨타나 보고관이 변호사 출신이라 그런지 법리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빠른 것 같았다"며 "구체적인 사건 경위와 관련해선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지도를 직접 그려주며 설명했다"고 말했다. 킨타나 보고관과 이 씨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족 측은 정보공개청구 판결에 대한 청와대의 항소를 취하하도록 킨타나 보고관이 설득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킨타나 보고관은 2020년 11월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피살 사건 관련 정보를 유족에게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며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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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사무소에서 열린 면담에서 2020년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형 이래진 씨가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피격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 설명한 자료. 이래진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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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기 납치 피해 가족ㆍ전시 납북자 가족과도 면담



킨타나 보고관은 이날 오후 1969년 12월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치 사건의 피해자 가족도 만났다. KAL기 납치 사건은 강릉발 김포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간첩에 의해 북한으로 끌려간 사건이다.

당시 피랍자 황원 씨의 아들 황인철 씨는 킨타나 보고관에게 전달한 서한을 통해 "KAL기 납북으로 북한에 억류됐던 11인의 송환을 북한 정부에 요구하고 한국 정부도 이를 북한에 분명히 요구하도록 (킨타나 보고관이) 공개적으로 언급해달라"고 요청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방한 마지막 날인 오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황인철 씨는 면담 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했던 문재인 정부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52년째 이어지는 아픔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킨타나 보고관은 황 씨의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북한이 납북 및 억류 사실, 정치범 수용소, 강제 노동 등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유엔 측의 관련 지적에도 호응하지 않아 문제 해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고 한다.

한편 킨타나 보고관은 이날 6·25 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와도 만났다. 협의회 측은 킨타나 보고관에게 전달한 서한에서 "오는 3월 개최되는 제49차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에 전시 납북자 문제를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이번 방한을 통해 해당 보고서에 필요한 증언과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도 이날 킨타나 보고관과 면담에서 납북자 21명이 평양에 거주하고 있다는 자료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면담 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킨타나 보고관이 우리가 보여준 자료를 보고 놀라며 '유엔 차원에서도 북한에 요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유엔 측이 평양에 거주하는 납북자에 대한 생사 확인 절차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킨타나 보고관의 임기는 오는 7월까지로 이번이 마지막 방한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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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사무소에서 열린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만난 1969년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 황인철 씨, 6.25 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최유경 씨,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최성용 씨의 모습. 각각 황인철 씨, 최유경 씨, 최성용 씨 본인 직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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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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