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에서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밝힌 뒤 시민들과 손바닥을 마주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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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6일 밝힌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이 더불어민주당 내의 미묘한 균열을 만들고 있다.
윤 후보의 공약이 공개된 뒤 민주당 선대위에서 즉각 “상생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훼손해 표를 얻겠다는 알량한 계략에 지나지 않는다(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며 반대 성명을 냈다. 하지만 정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입장을 물으면 “논의 중(정책본부 핵심 관계자)”이란 답만 돌아오기 때문이다.
발단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을 찾아 했던 이 발언이다.
윤 후보는 거리 유세에서 “광주시민들이 복합쇼핑몰을 아주 간절히 바란다. 왜 광주에만 (복합쇼핑몰이) 없나”라며 “이 유치를 누가 반대하나. 민주당이 반대해오지 않았나. 민주당 독점 정치가 지역민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이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복합쇼핑몰인 신세계 스타필드의 모습. 광주광역시와 신세계는 2015년 광주광역시에 복합쇼핑몰 투자를 논의했지만 소상공인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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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쇼핑몰은 신세계의 스타필드와 같이 쇼핑과 식사, 휴식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형 상업 시설을 가리킨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광주 서구 화정동 주변 부지를 확보해 7000억원을 투자하는 대형복합쇼핑몰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지역 상인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개발 계획을 중단했다
광주 복합쇼핑몰 이슈는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쟁점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당시 대선 예비후보)을 쫓던 이 후보(당시 대선 예비후보)는 “(대기업의) 복합쇼핑몰이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밥그릇을 빼앗고 지역상권을 초토화시킨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16일 나온 민주당 선대위의 성명은 5년 전 이 후보의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왜 지금 이 후보의 입장을 물어보면 “논의 중”이란 답이 돌아오는 걸까. 민주당의 마음이 복잡한 건 광주 여론이 복합쇼핑몰 유치에 부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윤 후보가 강점을 드러내는 광주 2030 세대가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시민들의 여론과 달리 선거를 앞두고 강력히 조직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결집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 대한 책임은 집권 여당이 더 무겁게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광주시 대형쇼핑몰 유치 관련 여론조사.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
지난해 7월 무등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광주시민 81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8%의 응답자가 ‘복합쇼핑몰 적극 유치’에 찬성한다고 했다. ‘유치하면 안 됨’이 10%, ‘노력할 필요 없음’이 24.3%였다. 특히 응답자 중 2030세대의 경우 30대는 77.4%가 20대는 72.3%가 찬성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송갑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윤 후보의 복합쇼핑몰 공약을 두고 맹공을 퍼붓다가 다음날 한발 물러선 것도 현재 민주당의 심정을 드러내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7일 왕십리역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복합쇼핑몰과 관련한 입장은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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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위원장은 윤 후보의 발언 뒤 페이스북에 “일당독재의 정치구조가 호남 발전 발목 잡는다면서 발표한 공약이 ‘복합쇼핑몰’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힐난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7일엔 “민주당 광주광역시당은 복합쇼핑몰 유치에 반대한 적이 없다”며 “시장 상인들 앞에서 복합쇼핑몰 공약을 하는 장소의 부적절성에 대해서 어처구니없다고 표현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지난해 8월 기자 간담회에서 “(복합쇼핑몰 유치)는 매우 예민한 문제지만 계속해서 피해 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런 민주당에 대해 “복합쇼핑몰 유치 TV토론을 하자”며 오히려 역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광주시민이 원하는 것에 정당이 맞서면 광주 주민은 그들을 심판할 권리가 있다”며 지역 방송국에 토론을 요청하는 공문까지 보냈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도 페이스북에 “복합 쇼핑몰 추진’ 공약이 민주당에게는 엄청 아픈가”라며 “광주정신까지 소환하는 것은 기가 찰 일”이라고 지적했다.
광주 복합쇼핑몰 관련 여야 발언 모음.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
21대 국회가 들어선 뒤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의무휴업이 필요하다며 강공 규제 드라이브를 걸었다.
2020년 7월 홍익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필두로 당정 간 긴밀한 협의도 추진했지만, 업계와 야당의 반발에 보류한 상태다. 민주당 정책본부 관계자는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법안 논의는 멈춰선 상태”라 전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복합쇼핑몰은 도시 발전의 상징적 의미이자 젊은 세대의 욕망을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며 “소상공인과의 상생 방안이 마련돼야겠지만 정치권에서 무조건 반대만 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분석했다.
박태인·윤지원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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