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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홀로 당당한 심상정 남편 이승배씨 "상식에 맞게 살면 된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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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김건희씨 논란에 "불행한 선거" 비판
"동지 심상정 돕는 건 내 자아실현의 핵심"
한국일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남편 이승배씨가 17일 경기 수원시 민주노총 경기본부 대강당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배우자로서 대선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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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대선후보의 배우자들이 '리스크' 취급을 받으며 숨어 있는 희한한 대선에서, 홀로 당당하게 다니는 배우자가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이승배(66)씨. 그는 심 후보의 노동운동 동지이자 18년 차 전업주부다.

심 후보는 17일 울산을 찾았고, 이씨는 심 후보의 '분신'으로서 경기 곳곳을 누볐다. 선거 현장에서 만난 이씨는 '선거 베테랑'이었다. 심 후보와 함께 8번째 선거를 뛴다는 그에게 배우자 논란으로 시끄러운 '비호감 대선'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대선, 사적으로 좋은 직업 찾는 행위 아니다"

한국일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남편 이승배씨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광주 서구 유스퀘어 앞에서 함께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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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정의당'과 '심상정'을 입에 올릴 땐 눈을 반짝였지만, 김혜경씨와 김건희씨에 대해 얘기할 땐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씨는 "두 사람을 인간적으로 비난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우리 삶과 관련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무속이니 법인카드니 하는 얘기로 너무 불행한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너희 배우자가 못났다'고 손가락질해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결국 양당제의 폐해가 최악의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씨는 영부군이 된다. 그는 "대통령과 영부인·영부군이 되려는 사람들은 공적 책임에 맞게 상식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된다는 건 개인적 출세를 하는 것도, 그저 좋은 직업을 갖게 되는 것도 아니다"고도 했다.

이씨와 심 후보는 동지적 관계, 아니 동지 그 자체다. 이씨는 서울대를 나와 노동운동의 길을 걸었고, 심 후보가 1985년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 상태였을 때 만나 사랑을 키웠다. 1992년 결혼 후 이씨는 출판사를 운영하며 생계를 책임졌고, 심 후보는 노동운동을 계속했다. 심 후보가 국회의원이 된 2004년부터 이씨는 18년째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이승배가 없었다면 심상정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씨는 "심상정은 우리 가족이 독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심상정을 돕는 건 내 자아실현의 핵심"이라고 했다. 자신의 이름이 지워진 채로 사는 것에 대해선 "이것만큼 소중한 일이 있나 하고 늘 생각한다"고 했다.

"배우자가 당당한 후보가 당선돼야 하지 않나" 정의당 유세 전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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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이승배(가운데)씨가 17일 경기 부천시 부천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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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리스크가 대선 쟁점이 되면서 이씨는 더 바빠졌다. 심 후보가 가지 못하는 곳에 찾아 가고, 선거 유세에서 마이크도 잡는다. 선거운동 첫날인 15일엔 심 후보와 호남을 함께 다녔고, 16일엔 홀로 상경해 심 후보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시에서 텃밭 표심을 다졌다.
17일 경기 부천시 부천역 유세에선 이씨의 존재가 더 빛났다. 박인숙 정의당 부대표는 "김혜경씨와 김건희씨는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에게 얼굴 좀 보여달라고 하고 싶다. 배우자가 당당한 대선후보가 당선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호소했다.

대선 4수째인 심 후보는 2017년 대선에 비해 고전하고 있다. 이씨는 "힘들다기보다는 정말 숙제가 많구나 생각한다. 절대 저희가 가는 길이 틀렸다고는 생각 안 한다"고 했다. 부천역 유세에선 "기득권 양당이 계속 집권하겠다는 '심상정 사표론'에 절대 속지 마시라"며 "심상정이 5%를 득표하면 5%만큼, 20%를 득표하면 20%만큼 나라가 좋아진다"고 외쳤다.

이어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이씨는 능숙하고 편안해 보였다. 이씨가 한 노년 남성에 다가가 "심상정 후보 남편입니다"라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주먹인사'를 시도하자, 남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꺼내 보이며 손사래를 쳤다. 이씨는 포기하지 않고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래도 더 잘하겠습니다."


부천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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