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 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포함된 비기축통화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020~2026년 비기축통화국의 재정건전성 전망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의 증가폭은 18.8%포인트로 예측돼 OECD 비기축통화국 17개국 중 가장 높았다고 17일 밝혔다. 비기축통화국은 국제 거래의 기본이 되는 달러·유로·엔·파운드·위안화 등 기축통화를 법정 화폐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를 말한다.
한경연은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2020년 47.9%에서 오는 2026년 66.7%로 오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반면 캐나다, 아이슬란드, 헝가리 등 다른 비기축통화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평균 1.0%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로 인해 국가부채 비율 순위도 비기축통화국 17개국 중 2020년 9위에서 2026년 3위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2026년 기준 1위는 캐나다, 2위는 이스라엘이다.
한경연은 코로나19 여파로 증가한 국내 재정 지출 수준은 2026년까지 유지되는 반면 터키를 제외한 다른 비기축통화국들은 같은 기간 정부 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부터 향후 5년간 GDP 대비 국내 재정지출 규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인 지난 2년간 GDP 대비 국내 재정지출 규모의 98.6%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같은 기간 다른 비기축통화국들은 평균 91.0%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통합재정수지의 적자 규모도 한국이 다른 비기축통화국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됐다. 통합재정수지는 당해연도 정부의 재정수입에서 재정지출을 차감한 수치다. 한경연에 따르면 2022~2026년 GDP 대비 국내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 2020~2021년의 88.0%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다른 비기축통화국들은 평균 33.6%으로 추정됐다. 이는 한국의 재정 적자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의미다.
한경연은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를 뿐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와 높은 공기업 부채 등 리스크 요인도 있어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한국은 (화폐) 발권력을 가지지 못한 비기축통화국이어서 재정건전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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