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실시한 러시아·벨라루스 연합 훈련에 참여한 러시아군 장갑차와 탱크들이 16일 러시아령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다리를 통해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이날 공개한 동영상을 캡처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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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됐던 러시아군 일부가 철수하며 전쟁 위기가 완화된 배경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철회 시사가 꼽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리가 이 전제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나토 가입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막판 입장 변화가 긴장 완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숄츠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후 독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서방 동맹국들은 가까운 장래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길 기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WSJ는 “러시아의 안보 우려에 대한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평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우크라이나·서방과 러시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다. 우크라이나는 2019년 개헌을 통해 헌법에 나토 가입을 명시할 만큼 의지가 강했다. 반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위협을 고조시켜 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명문화해 달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거절했다.
앞서 외교장관을 역임한 바딤 프리스타이코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지난 14일 BBC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나토에 가입하려는 야심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말해 파문이 일자 “초기 보도에 오해가 있었다”며 발언을 번복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나토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받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을 “먼 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나토의 회원이 되고 싶다”면서도 이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임을 내비쳤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회담) 의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하원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공화국들의 독립 승인을 요청하는 안건을 채택해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하원인 두마는 15일 돈바스 지역 친러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할 것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표결을 통해 통과시켰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돈바스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은 2014년 러시아가 주민투표를 근거로 크림반도를 합병하는 과정을 보고,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군과 반군 사이 8년간의 교전으로 최소 1만4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WSJ는 “돈바스 지역 독립을 빌미로 러시아군의 진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승인 결정이 내려지면 러시아가 민스크 협정에서 탈퇴하는 걸로 받아들이겠다”고 경고했다. 2015년 체결된 민스크 협정은 돈바스 지역의 무력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중재 아래 체결한 평화협정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5일 푸틴 대통령에게 해당 결의안을 승인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임선영·김서원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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