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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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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나토 가입 포기' 엎치락뒤치락…푸틴의 회군 움직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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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됐던 러시아군 일부가 철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전쟁 발발 긴장을 완화시킨 배경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철회 시사'가 주목받고 있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리가 이 전제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 가입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막판 미묘한 입장 변화가 극적인 긴장 완화 분위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일로 지목한 16일이 임박해오자 우크라이나 측에서 가입 포기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이 나와 파장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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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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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숄츠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후 독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서방 동맹국들은 가까운 장래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길 기대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WSJ는 "러시아의 안보 우려에 대한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평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우크라이나·서방과 러시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다. 우크라이나는 2019년 개헌을 통해 헌법에 나토 가입을 국가 주요 목표로 명시할 만큼 의지가 강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 강하게 반발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켜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명문화해 달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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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과 숄츠 독일 총리가 15일 회담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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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크라이나의 외교부 장관을 역임한 바딤 프리스타이코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14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나토에 가입하려는 야심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러시아측 환영 반응이 나왔지만 프리스타이코 대사는 "초기 보도에 오해가 있었다"며 발언을 번복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나토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받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반박했고, 대통령실 대변인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의도는 헌법에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을 "먼 꿈(remote dream)"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나토의 회원이 되고 싶다"면서도 이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임을 내비쳤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회담의) 의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두 정상의 이런 발언에 대해 "러시아와의 긴장 완화를 모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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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숄츠 총리가 14일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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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급한 불은 끈 모양새지만 '나토 가입'이 추후 서방-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협상에서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기자회견에서 "협상 트랙을 따를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나토 확대 중단을 포함한 러시아의 요구 이행은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우크라이나가 당장은 (나토에) 가입하지 않아도, 준비가 되면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 문제가 지금 당장, 가까운 미래에 협상 과정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이토록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민감한 건 나토 헌장 5조에 명시된 상호방위 규약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 규약엔 한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모든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서로를 보호하기로 명시돼 있다. 2008년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를 이유로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나토 가입은 회원국 30개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해야 가능하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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