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15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대선의 의미를 ‘문재인 정부 심판’으로 규정짓는 일정과 동선을 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퇴진 촉구 집회가 열린 서울 청계광장에서 출정식을 했고, 문재인 정부 핵심부와 갈등을 빚은 탈원전 수사와 관계가 깊은 대전을 찾았다. 그러고는 보수 텃밭인 대구와 부산을 잇따라 찾아 자신이 “정권 교체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서울에서 KTX 경부선 하행선을 타고 대전→대구→부산으로 가는 450㎞의 강행군이었다.
윤 후보는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이번 대선은 부패와 무능을 심판하는 선거”라며 “저는 정치 신인이라 기득권에 맞선 과감한 개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눈발이 날리는 영하 7도의 날씨에 수백 명의 지지자가 모여 “윤석열” “정권 교체”를 외쳤다.
기호 2번이 적힌 빨간색 점퍼를 입고 연단에 오른 윤 후보는 “지난 5년간 민주당 정권은 철 지난 이념으로 국민을 갈라치고 권력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며 내로남불로 일관했다”면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과 동행하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당한 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 가족과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 등도 참석했다. 윤 후보는 출정식에 앞서 서울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순국선열이 지켜온 대한민국, 위대한 국민과 함께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출정식 뒤 대전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를 찾은 윤 후보는 200여 명의 지지자에게 양손을 번쩍 들며 자신을 “충청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대전을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만들고 방위사업청을 이관해 국방혁신기지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윤 후보의 대구 동대구역 광장 연설에는 당내 경선 때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이 합류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80% 지지를 보냈던 TK(대구·경북)가 윤 후보에게도 80%의 지지를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홍 의원은 윤 후보에게 TK 신공항 이전과 구미공단 개발을 거듭 요청했고, 윤 후보는 “네, 형님”이라고 화답했다. 홍 의원은 윤 후보 연설이 끝난 뒤 유세 차량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주호영·추경호 의원과 달리 자신의 말을 마친 뒤 바로 유세차에서 내려왔다. 동대구역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 구호를 외쳤다.
윤 후보는 마지막 일정으로 부산시 서면에서 거리 유세에 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윤 후보는 성남시 대장동 비리 의혹을 언급하며 “김만배 일당이 3억5000만원을 넣어 8500억원을 챙겼다. 이 후보를 행정의 달인이라 부를 수 있냐”고 비판했다. 또 “제 주변과 측근의 부정부패도 단호하게 읍참마속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선 “일부 언론에서 가정에 배포되는 선거 공보물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빠졌다고 지적했지만 여성가족부 폐지는 저의 핵심 공약이 맞다”고 재확인했다.
한편 윤 후보는 경선 때 경쟁했던 유승민 전 의원을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윤 후보가 15일 전화를 걸어 “대선에서 도와달라”고 하자 유 전 의원이 “17일 만나자”고 답했다고 한다.
대전·대구·부산=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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