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15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번 대선의 의미를 “문재인 정부 심판”으로 명확히 규정짓는 일정과 동선을 짰다. 자신이 평생 몸담았던 검찰 조직을 떠나 정치에 몸담게 만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 있는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출정식을 했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 갈등을 빚은 탈원전 수사와 관계가 깊은 대전을 찾았다. 그러고는 보수 진영의 지지층이 밀집한 대구와 부산을 잇달아 찾아 자신이 “정권 교체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서울에서 KTX 경부선 하행선을 타고 대전·대구·부산을 찾는 450km의 강행군이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거점 유세에서 지지 연설을 마친 홍준표 선대본 상임고문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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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이번 대선은 부패와 무능을 심판하는 선거”라며 “저는 정치 신인이라 기득권에 맞선 과감한 개혁을 할 수 있다”고 자신을 통한 정권 교체가 곧 정치교체라는 점을 부각했다.
눈발이 날리는 영하 7도의 날씨에도 청계광장엔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윤석열”과 “정권교체”를 외치며 환호했다. 60대 여성 조모씨는 “먹고 살기가 너무 어려워 추운지도 모르고 나왔다”고 했다.
2019년 10월 9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조국 퇴진’ 집회의 모습.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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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기호가 적힌 빨간색 선거 점퍼를 입고 출정식 연단에 오른 윤 후보는 “지난 5년간 민주당 정권은 철 지난 이념으로 국민을 갈라치고 권력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며 내로남불로 일관했다”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과 동행하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옮겨 놓겠다는 공약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윤 후보는 “대통령의 권력은 유한하고 책임은 무한하다는 사실을 단 1분 1초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종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과 함께 북한군에 살해당한 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 가족과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 등도 참석했다. 연단에 선 이 대표는 “윤 후보는 지금까지 우리 당의 어떤 대선 후보도 해내지 못한 20·30세대의 적극적 지지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5일 오후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거리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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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가 청계광장을 출정식 장소로 택한 건 2019년 조국 사태 뒤 시민들이 이곳과 광화문의 거리를 메우며 정권 교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유세본부장은 “청계광장은 정권교체의 시발점으로 국민이 키운 윤석열이란 의미가 담겨있는 곳”이라 했다. 윤 후보는 출정식에 앞서 서울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순국선열이 지켜온 대한민국, 위대한 국민과 함께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출정식 뒤 대전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를 찾은 윤 후보는 현장을 찾은 200여명의 지지자에게 양손을 번쩍 들며 자신을 ‘충청의 아들’이라 소개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7월 정치 참여 선언 뒤 대전을 찾았던 걸 강조하며 “정치 시작하고 처음으로 대전을 방문했고, 공식 선거 운동 첫날도 여러분을 찾았다”며 “대통령이 되면 대전을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만들고 방위사업청을 이관해 국방혁신기지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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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부동산 정책도 비판하며 “28번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교란하고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었고, 탈원전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사장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가수 김흥국씨 등도 유세에 함께했다. 김씨는 "대선판에 들이대는 것은 아내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윤 후보를 지지했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윤 후보는 오후엔 국민의힘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구(TK)와 부산(PK)을 찾아 지지를 요청했다. 대구 동대문역 광장 연설에 합류한 '당내 경선 경쟁자' 홍준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80% 지지를 보냈던 TK(대구·경북)가 윤 후보에게도 80%의 지지를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홍 의원은 윤 후보에게 TK 신공항 이전과 구미공단 개발을 다시 한번 요청했고, 윤 후보는 “네 형님, 제가 경선 때 약속하지 않았습니까”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대구의 자존심을 되찾아 드리겠다. 2년 전 코로나 때 민주당은 대구 봉쇄를 떠들지 않았나. 대구의 부활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텃밭답게 대구역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윤석열”“대통령”이라며 윤 후보의 연설에 맞춰 한껏 소리쳤다. 홍 의원은 다만 윤 후보의 연설이 끝난 뒤 유세 차량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주호영·추경호 의원과 달리 자신의 말을 마친 뒤에 바로 유세차에서 내려왔다. 빨간색 선거 유세 점퍼도 입지 않았다. 윤 후보에 지지 선언을 하면서도 약간은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유세에 참여한 대학생 이도현(21)씨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 윤 후보의 젠더 공약이 20대 남성들에겐 정말 중요하다”며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마지막 일정으로 부산 서면에서 거리 유세에 나서 이 후보에 대한 맹공을 퍼부었다. 윤 후보는 지난해 이 후보의 “부산 재미없다”발언을 겨냥해 "부산이 얼마나 재밌나, 난 부산역에만 오면 가슴이 뛴다"고 했다. 이어 윤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언급하며 “김만배 일당이 3억 5000만원을 넣어 지금까지 8500억원을 챙겼다"며 “이 후보를 행정의 달인이라 부를 수 있냐"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 더 볼 필요 없다. 예타 필요 없다”며 임기 내 완공도 약속했다. 윤 후보는 또한 “제 주변과 측근의 부정부패도 단호하게 읍참마속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며 내로남불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윤 후보는 부산 지역구 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한 뒤 광주로 이동해 16일의 호남과 충북, 강원 일정을 준비했다.
한편, 윤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씨는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천천히 문화·예술·종교 분야에서 공개 행보를 시작하라는 조언이 많아서 (선거 지원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정환 목사와 비공개로 만났다. 하지만 선대본부 관계자는 “김씨의 향후 일정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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