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다음주 24시간 영업"…삭발 자영업자들 'K방역 반기' 들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시민열린마당 옆 인도에서 자영업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이병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시민열린마당 옆 인도. 눈이 흩날리는 날씨에 299명의 자영업자가 모여들었다. 참가자들은 ‘우리도 세금 내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등이 적힌 빨간색 조끼를 입고 ‘손실보상 100% 적용’과 같은 문구가 들어간 머리띠를 맸다. 드문드문 민머리의 참가자들도 보였다.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자영업자 집회에서 참여자 299명 전원이 삭발해서다.

자영업자 단체인 '코로나 피해자영업 총연합(코자총)'이 주최한 이 날 집회에는 집회 측 추산 500~600명의 자영업자가 참석했다. 집회 신고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상 집회 최대 인원인 299명으로 했지만, 전국 각지에서 자영업자들이 상경 투쟁에 나서면서 인원이 늘었다. 다만 방역 지침 위반 행위는 없었다. 경찰이 집회 현장에 질서 유지선을 설치하고 299명까지로 입장을 제한하면서다. 집회 주최 측도 이에 협조하면서 현장에선 별다른 갈등이 빚어지지 않았다. 인원 제한으로 인해 집회 현장에 들어오지 못한 참가자들은 질서유지선 너머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거나 사진을 찍으며 응원을 했다. 경찰은 이날 경력 9개 중대를 배치하고 상황을 지켜봤다.

중앙일보

코로나19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정부 규탄 광화문 총집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적법 투쟁 마무리, 24시간 영업할 것”



집회 현장 분위기는 무거웠다.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는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으로 정부의 방역조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며 “오늘까지 적법 투쟁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부터 24시간 영업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박성민(48)씨는 “난 정부로부터 1원도 받지 못했다. 연 매출이 높았다는 이유로 손실이 얼마나 돼도 한 푼도 못 준다고 한다”며 “더는 무의미한 방역 협조는 필요 없다”고 가세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는 “자영업을 죽이는 거리두기가 2주마다 연장되는데, 그건 공짜냐”며 “정부가 K 방역의 이름으로 자영업자에게 진 빚을 아직도 갚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날 김 총리는 한 방송에 출연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증액 주장에 대해 “원할 때마다 곳간을 열어서 막 풀면 되지만 그건 공짜냐”고 말했다.

10여 년째 부산에서 호프집을 하고 있다는 양희경(50)씨는 “문을 닫으라면 닫고, 기다리라면 기다렸는데 지금 제 손에 주어진 건 명도 소송장과 각종 압류 독촉장, 체납 고지서”라며 “길거리가 아닌 각자의 영업장에서 생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한을 철폐해달라”고 호소했다.

중앙일보

이날 집회 참가자들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병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집회에선 참여자 10명의 삭발식이 진행됐다.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집합제한 철폐하고 생계대책 마련하라’ ‘자영업자 다 죽었다 정부는 책임져라’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했다. 집회 주최 측은 정책 건의서와 함께 삭발한 참가자들의 머리카락을 청와대 민원실을 통해 전달했다.

이들은 영업시간 제한 철폐, 코로나19 이전 기준 매출액 10억원 이상의 자영업자의 손실보상 대상 포함, 손실보상 소급 적용, 지자체별 별도의 소상공인 지원 방안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1일부터 방역 지침을 무시하고 24시간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손실 보상을 받기 위한 집단 소송 등도 병행한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