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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푸틴 "나토와 협상" 신호 보냈다…NYT "우크라이나 위기 기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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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시한 '우크라 침공' 날짜 다가오자

푸틴, 서방국가와 추가 회담 의사 밝혀

AP "푸틴, 외교적 해법 가능성 메시지"

美, 키예프 미국대사관 잠정 폐쇄



러시아가 14일(현지시간)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뜻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이 제기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예상일(16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대화를 더 나누는 데 열려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우크라이나 위기의 기조(tone)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있는 미국대사관을 잠정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쪽 접경 지역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어 침공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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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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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국영 TV서 美·나토와 협상 필요성 언급



같은 날 푸틴 대통령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서방 국가와 회담을 이어갈 필요성에 관해 대화하는 모습을 국영 TV를 통해 공개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푸틴 대통령에게 회담은 계속돼야 한다고 건의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외교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신호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이 같은 공개 행보는 이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끝없는, 그리고 매우 위험한 나토의 동진(東進) 확장"에 반대 입장을 밝히자 라브로프 장관은 나토가 러시아를 고려하지 않고 유럽의 안보 구조를 결정하길 원하지만, 미국과 나토와의 협상은 "발전하고 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끝없는 대화(endless talks)"로 끌어들이려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합의 가능성이 아직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과 동맹이 러시아의 주요 요구를 방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서방 국가들과 협상) 가능성이 전혀 고갈되지 않았다"면서 "회담을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지만, 현 단계에서는 계속 이어가며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고 건의했다.

미국이 유럽 내 미사일 배치 제한, 군사훈련 제한 등 신뢰 구축 조치에 관한 대화를 제의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모호한 어조로 "좋다(good)"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접경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군사 훈련이 곧 끝난다고 보고하는 장면도 주목할만하다. 그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 지역 병력 집결은 합동 군사훈련을 위한 것이며, 훈련을 마치면 철수할 계획이라고 주장해 왔다.

AP통신은 TV 카메라 앞에서 연출된 듯한 푸틴 대통령 발언은 외교적 해결책에 대한 희망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볼로디미르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스스로 나토 가입 의사를 철회할 경우 이를 강력히 주장해 온 러시아의 중대 요구 사항이 해결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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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장피엘 백악관 부대변인이 14일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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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 단계적 병력 축소 징후 없어"



미국은 차분한 반응을 내놨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외교와 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계적 병력 축소(de-escalation)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의미 있는, 진정한 단계적 축소 징후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러시아가 건설적인 관여를 선택한다면 외교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면서도 "하지만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지상에서 취하고 있는 조치들을 볼 때, 그런 전망에 대해 우리는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어떤 사전 경고도 없이 군사 행동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군사 행동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5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를 방문한다.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같은 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인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교장관은 모스크바에서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난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15일 우크라이나를 찾는데 이어 16일 러시아를 방문해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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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 주재 미국대사관 잠정 폐쇄



미국 국무부는 이날 키예프 주재 대사관에 남아있던 외교 인력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브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쪽 국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폴란드 국경에서 가까운 곳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 병력의 급격한 증강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내 대사관 업무를 키예프 대사관에서 르비브로 임시 이전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대사관의 사실상 폐쇄 및 이전은 미국 외교관의 안전을 위한 잠정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인들은 즉시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재차 당부했다.

국무부는 지난 12일 소수의 외교관을 제외한 대부분 외교관을 키예프 대사관에서 철수시켰으며, 결국 남은 인원까지 전원 옮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외교적 해결에 이르기 위한 진지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 12일 통화한 이후 러시아 정부와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성실하게 관여를 선택한다면 외교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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