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비트겐슈타인의 사자와 카프카의 원숭이'·'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반려견 |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동물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모순적이다. 가족처럼 가깝기도 하지만, 식재료나 실험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런 모순은 스스로 동물의 일종이면서도 자신들을 다른 동물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의 속성에서 비롯한다.
신간 '비트겐슈타인의 사자와 카프카의 원숭이'는 동물에 대한 철학자들의 논의를 통해 이같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들여다보고 동물을 이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철학 에세이다.
데카르트는 동물을 외부 자극이 주어지면 행동하는 기계 같은 존재로 봤다. 대부분 철학자들은 데카르트처럼 동물을 인간과 자연의 대비라는 관점에서 사고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더라도 우리는 사자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언어를 인간과 동물을 구분짓는 유일한 기준으로 놓고 보면 이 말은 틀리지 않는다. 사자가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그 사자는 더이상 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동물들도 거칠지만 감정을 느끼고, 도구를 사용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등 인간에게 고유한 것으로 여겨져온 속성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분야의 연구로 밝혀졌다. 근대성에 대한 확신이 걷히자 철학계에서도 동물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데리다는 "어느 날 아침, 욕실에서 옷을 벗고 서 있는데 고양이가 빤히 쳐다보자 그 시선에 부끄러움을 느꼈고 그 사실에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동물을 이해하려면 동물과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만이 인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좋아하고 고통을 느끼고, 배고픔을 느끼고, 혐오감을 느끼고, 뭔가를 갈망하고,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이 지점에 우리가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중대한 가능성이 깃들어 있다."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은 환경 논픽션 작가인 저자가 역사학과 인류학·진화생물학·동물행동학 등을 횡단하며 동물권을 둘러싼 논의를 입체적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반려동물에게 자신의 기분을 위로받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육식을 하는 오늘날 현대인의 모순은 동물을 대량으로 번식시키고 고기를 생산하는 후기 사육시대의 산물이다. 동물과 함께 하는 시공간이 크게 줄었고, 동물들은 인간의 목적에 따라 '분할통치' 된다.
공장식 축산 이전에는 동물과 한지붕 아래 살면서 가족이자 노동의 동료로 여기고, 내다 팔거나 식탁 위에 올릴 때면 미안함과 불편함을 느꼈다. 더 거슬러 올라가 동물과 숲에서 함께 경쟁하던 수렵채집 시대에 인간은 세계를 동물의 눈으로 바라보고 역지사지했다.
저자에게 인간은 '인간 동물'이고 다른 동물은 '비인간 동물'이다. 이같은 단어가 동물에 대한 인간중심적이고 이분법적인 태도를 바꾸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변호사 스티븐 와이즈는 의사에 반해 구금된 동물을 석방시킨다는 취지로 인신보호영장 청구소송을 벌였다. 대형 유인원처럼 자의식이 있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종들은 태어날 때부터 신체의 자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언뜻 과격해 보이지만, 원래 살던 서식지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당연한 주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도·영국·칠레·코스타리카 등 여러 나라가 고래류의 공연이나 감금된 기존 개체의 번식을 금지했다. 동물을 자의식과 복합적 의사소통 능력이 있는 '비인간인격체'로 보고 이들의 권리를 법률적으로 보장하려는 시도는 오늘날 동물권 운동의 최전선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 비트겐슈타인의 사자와 카프카의 원숭이 = 21세기북스. 라르스 스벤젠 지음. 김강희 옮김. 248쪽. 1만7천원.
▲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 북트리거. 남종영 지음. 324쪽. 1만6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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