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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3000만원 물타도 -20%…"찐바닥 어디냐" 동학개미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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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4일 코스피는 1.57% 내린 2,704.48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24.63포인트(2.81%) 내린 852.79으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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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34)씨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켤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코스피 2800선을 저점으로 판단해 올해 초부터 ‘물타기(매입한 주식 가격이 하락할 때 추가 매입해 평균매입단가를 낮추는 것)’를 위해 3000만원을 더 투자했지만, 주가가 오를 기미가 없어서다. 이씨는 “수익률이 -20%를 찍은 뒤에는 주가가 회복할 것이란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젠 물타기 할 현금도 없다”고 말했다.

커지는 긴축 우려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스피는 2700선을 위협받았고, 외국인의 매도세에 기력을 소진한 코스닥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저점 매수에 나섰던 동학 개미는 "'찐바닥(진짜 바닥)'은 어디냐"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7% 하락한 2704.48에 장을 마쳤다. 장 중 한때 2% 넘게 내리며 2700선을 내주기도했다. 공포에 질린 개인의 ‘팔자’ 러쉬(Rush)가 시장을 끌어내렸다. 이날 개인은 1869억원의 매물을 던졌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87억원, 934억원을 사들이며 버텼으나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중 8개가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3.63%)과 현대차(-3.55%), 삼성SDI(-3.47%), 카카오(-3.38%) 등의 낙폭은 3%가 넘었다. 삼성전자(-1.87%)와 삼성전자우(-2.32%), LG화학(-1.58%)도 떨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1.33%)만 홀로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제자리걸음 했다.

코스닥의 낙폭은 더 컸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2.74% 내린 853.40에 마감했다. 개인이 1168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962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셀스닥'을 주도했던 외국인의 '팔자' 행렬은 일단 중단됐다. 올해 들어 코스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2조8020억원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규모가 컸다.

중앙일보

13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수속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정부는 13일 0시(현지시간 12일 오후 5시)부로 러시아와의 무력 충돌이 임박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여행금지'를 뜻하는 여행경보 4단계(흑색경보)를 긴급 발령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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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뒤흔든 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오전 0시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 최고 단계 여행경보에 해당하는 '여행금지'를 긴급 발령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일을 오는 16일로 제시했다는 보도도 악재로 작용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이는 유가나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부담이 커지면 (긴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만큼) 시장엔 악재”라고 설명했다.

악재가 이어지면서 동학개미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올해 들어 14일까지 코스피는 9.2%, 코스닥 17.5%가 하락한 데다 최근 낙폭이 큰 종목과 개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이 겹치기 때문이다. 지난 1월부터 개인은 카카오(1조4228억원)와 삼성전자(1조3825억원), 네이버(1조59억원), 삼성SDI(6868억원), 현대차(6213억원), 크래프톤(5783억원) 등을 사들였다.

이 중 카카오는 올해에만 22.4% 하락했고, 네이버(-14.4%), 삼성SDI(-19.1%), 현대차(-16.2%) 등도 주가가 급락했다. 크래프톤의 경우 올해 초 46만원이던 주가가 이날 26만7500원에 마감하며 41.8% 하락했다.

국내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크라이나 관련 악재가 투자 심리를 악화한 것과 별개로 미국의 소비가 불안하고 기업의 실적도 불확실하다”며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Fed)가 연일 긴축 속도를 높이려는 가운데 경기가 받쳐주지 못하면 2차 하락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가 지난주 2790선을 회복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며 "반등세가 약한 상황에서 미국 증시와 코스피가 동시에 2차 하락 국면에 진입한다면 코스피 2600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낙폭이 컸던 업종 중심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700선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이하 구간으로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도 10% 낮다”며 “특히 올해 초 이후 주가 조정 폭이 과도했던 제약·바이오나 운송, 디스플레이, 화장품 등과 유통 업종은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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