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기자회견서 여론조사 경선 통한 단일화 방식 거론하면서도 / "누가 후보가 되든 서로의 러닝메이트가 되면 압도적 승리 이끌어낼 수 있다" 연대감 강조
안철수 후보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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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3일 후보 등록 직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전격 제안했다.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진퇴양난 속에서 선제적으로 야권 단일화 카드를 던져 윤 후보에게 공을 넘김으로써 현 국면을 타개하려는 승부수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 후보는 그간 야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단일화 요구가 높았음에도 '완주 의지'를 밝히며 단일화에 선을 그어왔다.
그러다 후보 등록 첫날이자 대선을 24일 앞둔 이날 전격적으로 단일화 제안을 한 것은 출마선언 후 내내 따라다녔던 '단일화 꼬리표'를 떼고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후보 단일화 꼬리표가 출마 선언 날부터 집요하게 있었다. 양당은 있지도 않은 (단일화 협상) 사실을 마치 있는 것처럼 계속 흘리고 다닐 것"이라며 “무슨 일을 해도 단일화 언제 할 거냐는 물음을 피해갈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하는 게 낫겠다고 안 후보가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안 후보 기자회견의 핵심은 '여론조사 경선'을 통한 단일화 제안이다.
단순히 야권 단일화를 제안한 것에서 나아가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선의 단일화 경선에 준하자는 구체적 방법까지 거론한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 측에 '당 밖' 여론조사 경선을 치르자고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그간 후보 대 후보 간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주장해온 국민의힘의 입장에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에 공공연히 반대하면서 사실상 안 후보의 '철수'를 의미하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압박해왔다.
안 후보의 이런 제안을 윤 후보 측이 받아들여 단일화 협상의 물꼬가 트인다면, 안 후보로선 경선을 통해 현재의 지지율을 뛰어넘어 야권 단일후보로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일대일 구도로 맞붙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이다.
안 후보가 이날 거론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모델은 '적합도'와 '경쟁력' 여론조사 경선으로, 안 후보가 반전을 노려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동안 여론조사상 야권 단일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양자 가상 대결에서 공통적으로 야권 단일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섰지만, 안 후보로의 단일화를 가정한 경우의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더 큰 경우가 속속 나왔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안 후보의 제안을 쉽사리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안 후보가 국민의힘이 현재로선 받기 힘든 방안을 던지며 단일화 승부수를 띄운 것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와 맞물려 있다.
한때 20%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왔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10%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독자 출마로는 당선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수치다.
이런 가운데 안 후보가 독자 출마해 완주한다고 해도 15% 이상 득표하지 못한다면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의 향후 지방선거 등에서의 득표는 물론이고 안 후보 자신의 정치적 입지마저 불투명해진다.
안 후보의 독자 출마로 야권 표심이 갈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엔 정권교체의 여망을 받들지 못했다는 비난의 화살마저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안 후보가 윤 후보와 섣불리 단일화 협상에 나서기엔 안 후보에게 어른거리는 '철수 정치'의 이미지가 발목을 잡아 왔다는 분석이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양보한 것부터 시작해 2012년 대선에서의 후보직 사퇴, 202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것 등 중요한 정치적 결단의 순간마다 양보하거나 패배했다는 이미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점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안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마저 완주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안 후보에겐 '철수정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부담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안 후보의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엔 역설적으로 독자 출마와 완주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뜻이 담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안 후보는 이날 특별 기자회견에서도 '더 좋은 정권교체', '구(舊)체제 종식', '국민통합의 길' 등을 언급하며 기득권 양당 출신이 아닌 안 후보 자신만이 새 시대를 열 유일한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제 제안에 대한 윤 후보님의 진정성 있는 화답을 기대한다. 이제 선택은 윤석열 후보님과 국민의힘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본격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안 후보가 윤 후보 측이 요구해온 '후보 간 담판에 의한 단일화'에 전격 동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 분열의 책임을 묻는 여론의 압박 속에 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독자 출마에 부담을 느껴 어떤 방식으로든 단일화 협상을 관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안 후보 역시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 경선을 통한 단일화 방식을 거론하며 "누가 후보가 되든 서로의 러닝메이트가 되면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연대감을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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