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전체 취업자 수 209만명 넘게 줄어
3040세대·도소매·숙박음식업 전일제 노동 감소 직격탄
"취업률 증가" 외친 정부 통계와 현실 괴리 큰 것으로 나타나
단시간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로 인한 '통계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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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국내 노동시장 환경이 질적으로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4년 간 취업자 수가 209만여명 감소, 정부가 발표한 고용 지표와 현실 간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취약계층은 물론 우리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3040 세대 역시 열악한 고용 환경으로 인한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팀에 의뢰해 전일제 환산(FTE) 방식으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노동시장 변화를 살펴본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4일 밝혔다.
전일제 환산 방식은 주당 40시간 일한 사람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하는 지표다. 주 20시간 일한 사람은 0.5명, 주 60시간 일한 사람은 1.5명으로 산정한다. 주당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하는 일반 고용률의 한계를 보완한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공식 통계로 활용한다.
정부 통계는 '취업 증가'…현실은 달랐다
전일제 환산 방식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국내 취업자 수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8년부터 하락 반전했다. 구체적으로 국내 취업자 수 규모는 2017년 약 2860만명에서 지난해 약 2651만명으로 4년새 209만명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 수가 2.1%(약 54만명) 증가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2017년 이후 통계청이 내놓은 취업자 수는 꾸준히 우상향 했지만, 통계와 현실과 괴리가 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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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상반된 결과에 대해 "취업자 '머릿수'는 늘었지만 일하는 시간의 총량은 줄었다는 의미"라며 "고용상황이 외형적으로는 나아졌으나 질적으로는 후퇴하면서 '통계 거품'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7년 이후 취업자 증가가 주로 정부의 단시간 공공 일자리 정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전체 취업자 수 규모를 키웠지만 상대적으로 고용의 질이 낮은 일자리를 양산,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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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2년 간의 고용 상황도 여전히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 수는 2019년 대비 0.6%(15만명) 증가했지만 이를 전일제 기준으로 환산하면 오히려 4.0%(109만3000명) 감소했다.
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고용상황은 과거에는 정책적 이유로, 이후에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라 급격히 악화돼왔으며 아직 회복세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3040세대 취업자 4년간 194만명 감소
특히 3040세대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수는 지난 4년간 193만7000명 가량 줄었다. 지난 4년간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가 30대는 13.5%(82만6000명), 40대는 14.7%(111만10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 감소율(30대 △6.8%, 40대 △7.0%)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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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세대의 고용충격은 전일제 환산 고용률에서도 두드러졌다. 40대의 경우 2021년 전일제 환산 고용률이 78.7%로 2017년에 비해 9.5%포인트 급감, 전체 연령대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30대 역시 2021년 76.0%로 2017년에 비해 5.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통계청 방식으로는 같은 기간 40대 고용률 하락폭은 2.1%포인트에 그쳤고, 30대는 고용률 하락이 없었던 것으로 측정됐다.
코로나19 전후로 정부의 공공일자리 제공 정책이 집중됐던 고령층의 경우에도 통계청 수치와 괴리가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21년 540만6000명으로 2017년에 비해 32.2%(131만6000명) 큰 폭 상승했다. 그러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2021년 취업자 수가 467만4000명으로 2017년 대비 17.9%(70만9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박 교수는 "통계에 드러나지 않았던 3040세대의 고용총량 축소가 확인되고 (고령층의 경우에는) 통계청 취업자 수가 실제 노동 규모에 비해 2배 가량 부풀려졌다"며 "이는 노인들에게 제공된 공공일자리가 대부분 주 20시간 이내의 파트타임 근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 각각 20%씩 감소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에서 전일제 환산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2021년 도소매업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는 347만명으로 2017년 대비 20.0%(86만7000명) 감소했다. 이는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 감소폭(△44.2만명, △11.6%)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숙박·음식업도 2017년 대비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가 19.0%(51만8000명),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는 8.3%(19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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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업종은 2019년 이전까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임금근로자 고용에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부터 3년 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9.1%에 달한다. 2019년 이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4년간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가 가장 크게 감소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분야에서도 고용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분야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2021년 455만5000명으로 2017년에 비해 11.3%(58만1000명) 감소했다. 반면, 통계청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취업자 수가 4.3%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실제 제조업 고용시장의 타격이 통계 대비 약 3배 가량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코로나19 대확산을 전후해 제조업 근로자들이 대리운전 등 투잡에 나서며 고용 통계가 실제보다 양호하게 집계되는 '통계 거품'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진단했다.
반면 정부의 공공일자리가 정책이 집중됐던 보건·사회복지서비스 분야도 통계청 기준으로는 취업자 수가 31.9% 늘어났지만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15.4% 증가에 그쳤다.
특히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이 고용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일제 환산 기준 취업자 수는 일용직(△26.5%), 임시직(△25.8%),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23.6%) 순으로 크게 감소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는 3.2% 증가했지만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오히려 5.8% 감소했다.
박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코로나19 충격 등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이 경우마저 예전보다 일거리가 줄어 쉬는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혜영 기자 h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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