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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주1시간 일해도 취업자 1명…"머릿수 세기방식, 현실반영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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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서울 학여울역 세텍에서 열린 고졸성공취업대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취업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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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지난해 취업자 수가 총 2727만3000명이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4년 전(2017년)과 비교해 54만8000명 늘었다고 했다.

그러나 주 40시간 일한 사람을 취업자 한 명으로 계산하는 ‘전일제 환산 방식’으로는 지난해 취업자 수는 2651만2000명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4년 전보다 209만2000명 줄어든 수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에게 의뢰한 ‘전일제 환산 취업자로 본 고용의 변화’ 보고서를 14일 발표했다. 전일제 환산 방식은 주 20시간 일한 사람은 0.5명, 주 60시간 일한 사람은 1.5명으로 산정한다.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하는 일반 고용률의 한계를 보완한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공식 통계로 활용한다.



통계청 “2.1% ↑” vs 전일제 환산 “7.3% ↓”



통계청 취업자 수와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 추이가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 건 2017년 이후부터다. 통계청 취업자 수는 줄곧 우상향 추세였으나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는 2018년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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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취업자 · 전일제 환산(FTE) 취업자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4년 전에 비해 7.3% 급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 수가 같은 기간 2.1% 증가한 것과 상반된다. 2년 전(2019년)과 비교해도 4.0%(109만3000명) 줄어 통계청 수치(15만 명, 0.6% 증가)와 대조된다.

박기성 교수는 “이른바 취업자의 ‘머릿수’는 늘었지만 일하는 시간 총량은 줄어든 것으로, 2017년 이후 취업자 증가가 주로 정부의 단시간 공공 일자리 정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며 “고용 상황이 외형적으로는 나아졌으나 질적으로는 후퇴하면서 ‘통계 거품’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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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제 환산 및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제조업은 통계 대비 3배 심각



기존 통계보다 실제 고용 침체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제조업 분야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2017년에 비해 11.3%(58만1000명) 감소했다. 통계청 기준으로는 4.3%(19만8000명) 감소로 집계됐다. 실제 제조업 고용시장 타격은 통계 대비 세 배가량 심각한 셈이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정책이 집중됐던 보건·사회복지서비스 분야 취업자 수도 통계청 기준으로는 31.9% 늘어났으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1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통계청 기준으로는 4년 새 3.2% 증가했으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오히려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040 취업자 감소율, 통계 두 배 넘어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3040세대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는 지난 4년간 30대는 13.5%, 40대는 14.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 감소율(30대 6.8%, 40대 7.0% 감소)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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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별 취업자 수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일제 환산 고용률도 30대는 2017년에 비해 5.9%포인트 하락했으나 통계청 방식으로는 고용률 하락이 없었던 것으로 측정됐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도 통계청 수치로는 2017년에 비해 32.2%(131만6000명) 급등했으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2017년 대비 17.9%(70만9000명) 증가에 그쳤다. 노인들에게 제공된 공공 일자리가 대부분 주 20시간 이내의 파트타임 근로여서 나타난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박기성 교수 연구팀 측은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단시간 일자리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존 통계청 고용 통계와 현장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과거 영국·독일 등에서도 ‘미니잡’이라는 단시간 일자리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전일제 환산 방식의 고용 통계가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박기성 교수는 “현 한국 고용 상황은 아직 회복세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며 “머릿수 세기 방식의 통계청 고용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전일제 환산 고용통계의 공식 도입이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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