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병역: 군 생활 고충 누가 덜어줄까요
李 "현역병, 직업군인 중 선택... 입대해야"
尹 "징집 가장 많아... 현역 입대 가능성↑"
沈 "완전 모병제 시행, 자원병 초봉 300만"
安 "대체복무 기회 다양, 현역 안 가도 돼"
2018년 1월 2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열린 첫 입영행사에서 입영장병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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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2008년생 김한국(14ㆍ가명)군은 현행법에 따라 만 19세가 되는 2027년 병역 판정 검사를 받는다. 현역 판정이 나온다는 가정하에 김군이 4년제 대학에 입학하고 그 이후 석ㆍ박사 등 학업을 이어가지 않을 계획이라면, 늦어도 만 27세가 되는 2035년에는 입대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현역 판정률은 83.1%, 대학 진학률은 71.5%였다. 헌법에 명시된 병역 의무를 져야 하는 대한민국 평균 남성들은 대부분 이렇게 20대를 보낸다.
그런데 내달 9일 치러지는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김군과 같은 ‘미래의 이남자(20대 남성)’들 삶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주요 대선후보 4명 모두 현재 30만 명에 달하는 징집병 규모 감축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일부는 모병제 전면 도입까지 주장했다. 병역자원 급감에 따라 병역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반영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징집병 규모를 절반 이상으로 줄이고 전문 부사관을 늘리는, ‘선택적 모병제’와 ‘준모병제’를 각각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국방혁신 4.0’을 추진해 무인전투체계로 전환하고 병사 규모를 2030년 20만 명, 2040년까지 15만 명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모병제 전환은 무인전투체계 도입이 완성되는 2040년 이후에나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30년부터 현재 50만 명 수준인 병력 규모를 30만 명으로 줄여 전면 모병제를 실시하는 내용의 ‘한국형 모병제’ 구상을 내놔 유일하게 징병제 완전 폐지를 못 박았다. 당선 시나리오별로 김군의 20대 삶이 어떻게 바뀔지 따져봤다.
①이재명 당선: 군대 가야… 현역 판정은 운명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해병대 2사단을 방문,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김포=오대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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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모병제를 공약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김군은 반드시 군 복무를 해야 한다. 선택적 모병제는 현재 30만 명인 징집병 규모를 임기 안(~2027년)에 15만 명으로 절반 줄이고, 전투부사관과 군무원, 민간 인력을 각각 5만 명씩 충원해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상비 군 병력은 50만 명에서 40만 명 수준으로 축소된다.
정부 정책 차원에서 보면 60%에 달했던 병사 의존율을 37.5%로 줄이고 부사관 위주로 병력 구조가 개편되는 것이지만, 김군 입장에선 병사(의무복무)와 부사관 또는 장교(직업군인) 사이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는 현행 제도와 다를 게 없다. 말이 모병제지, 징병제가 유지되는 셈이다. 이재명 캠프는 “전문성 있는 기술집약형 전투부사관을 대폭 늘리고 징집병을 줄여 선택의 폭을 넓혔기 때문에 선택적 모병제로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인구 추계에 근거해 김군이 병역 판정검사를 받는 2027년 19세 남성 인구는 22만~23만 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현역 판정률(83.1%)을 적용하면 병역 가용자원은 19만 명. 이 후보가 언급한 ‘징집병 15만 명, 전투부사관 5만 명’ 배출도 빠듯하다. 김군의 현역 판정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전투부사관을 아무도 지원하지 않거나 극소수만 자원하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했을 때 징병 기준으로 약 4만 명 이내의 병역 자원이 남게 된다. 이 경우 김군의 시력이나 평발 정도, 몸무게가 커트라인 수준이라면 4급 보충역(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이재명 캠프의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징집병 15만 명을 기준으로 가용 자원이 넘치거나 모자랄 경우 지금처럼 현역 판정률을 조정해 정원을 맞출 수 있다”면서 “병역 회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②윤석열 당선: 사실상 무조건 현역 복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20일 강원 철원 육군 3사단 부대를 찾아 생활관에서 장병들과 인사하고 있다. 철원=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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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 유지를 전제로 병역구조를 짠 이 후보와 달리 윤 후보는 모병제 전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단, 검토 시기를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무인전투체계 도입 이후인 2040년으로 잡았다. 전차, 자주포는 물론 함정과 전투기까지도 AI 로봇 중심의 무인전투체계를 구축해야 병역자원 공백에 대비한 모병제를 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해 9월 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장기적으로 20년 정도 지나면 모병제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견해를 밝혔다.
2040년 김군은 32세가 된다. 현역 판정 대상은 이미 전역했을 나이라 모병제 도입을 기대하며 입대를 마냥 미룰 수 없다. 만약 김군이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면 30세까지 연기할 수 있다. 변수는 윤 후보가 4명 가운데 가장 많은 징집병 유지를 공약했다는 점이다. 그는 2030년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로 전환해 징집병을 20만 명으로 유지하고, 무인전투체계가 완성되는 2040년 15만 명으로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다.
2030년 20세 남성 인구가 20만 명대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징집병 20만 명’을 채우려면 현역 판정 비율이 100% 가까이 나와줘야 한다. 김군이 보충역 판정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윤석열 캠프 국방분과위원장인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2040년 모병제 도입 여부는 그때 남북관계에 달려 있다”며 “무인전투체계 전환은 모병제로 바꿀 조건만 갖춘 것일 뿐, 반드시 전면 제도 도입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합하면 윤 후보 당선 시 김군은 사실상 현역으로 입대해야 한다.
③심상정 당선: 군대 안 가도 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9일 육군 1사단을 찾아 장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정의당 선대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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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전면 모병제 전환(한국형 모병제)을 공언한 심 후보가 당선되면 22세인 김군은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 심 후보는 2030년 총 상비 병력을 30만 명으로 잡았는데 모집해 뽑는 병사는 10만 명이다. 2030년 기준 20세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모병률이 낮아질 것에 대비해 ‘병사 초봉 300만 원’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완전 모병제 전환에 앞서 2029년까지는 단계적으로 의무복무 12개월 징집병과 의무복무 4년의 전문 병사를 합친 징모 혼합제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해ㆍ공군은 2025년까지, 육군은 2029년까지만 병사를 뽑아 모병제 전환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심상정 캠프 소속 김종대 전 의원은 “2030년부터는 징집을 안 하기 때문에 마지막 징집병이 전역하는 시점은 2031년이 된다”며 “그때부터 100% 모병으로 충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④안철수 당선: 현역 판정받아도 대체복무 가능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27일 경기 파주 육군1사단 신병교육대대를 찾아 교육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파주=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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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 역시 징집병을 줄이고 전문부사관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이 후보 공약과 비슷하다. 다만 규모에 차이가 있다. 안 후보는 임기 내 현재 30만 명인 병사를 50% 줄이고, 감소한 50%의 절반을 전문 부사관으로 신규 채용하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병사 수는 7만5,000명, 간부는 기존 20만 명에 새로 뽑는 전문부사관 7만5,000명을 더해 27만5,000명이 된다. 2027년 20대 남성 인구가 20만 명대를 유지하는 만큼 현역은 37.5%인 7만5,000명, 그 나머지(부사관ㆍ장교 지원자 제외)는 보충역 판정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신 안 후보는 “줄어든 현역병 소요에 연동해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사회복무요원을 확대해 모든 청년이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연구요원은 석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해 병역지정업체로 지정된 연구기관이나 기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은 건설업, 공업, 에너지산업 등 특정 분야의 기술 자격 또는 면허가 있는 경우 산업현장에서 복무한다.
김군이 현역 판정을 받았더라도 자격증이나 석ㆍ박사를 취득할 계획이라면 다양한 대체복무를 노려볼 만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문연구요원의 복무기간은 병역 등급 판정에 관계없이 36개월, 산업기능요원은 현역은 34개월, 보충역은 23개월이다.
적정 병력과 맞물린 공약, 실현 가능성은?
대선 후보별 병역제도 공약·평가. 그래픽=김문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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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미래 적정 병력이 얼마인가와 맞물려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연구를 진행 중으로 미래의 인구구조와 무인화율, 부사관 지원율, 병사 업무 외주화 가능 여부, 안보 상황 등이 변수”라고 말했다. 이들 변수는 후보들이 내건 공약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이 후보의 공약은 다른 후보들보다 정교하고 촘촘한 편이다. 보초병이나 행정병, 조리병의 업무를 군무원이나 민간 아웃소싱으로 충원해 징집 병력을 줄이고 숙련된 전투부사관을 증원하는 것으로 군 당국이 오랜 기간 고민해온 과제다. 문제는 징집병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는 만큼 병사들의 임무를 군무원이나 민간업체가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느냐다.
군 관계자는 “격ㆍ오지에서 행정 업무를 자원할 군무원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고 전시에 대비해 조리병을 없애면 안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보초병이 전시 주둔지 경호도 맡기 때문에 사설업체에 100% 넘기는 것 역시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전문 부사관 비율은 늘렸지만 실제 지원을 많이 하리란 보장도 없다. 2008년부터 임기제부사관(4년 복무ㆍ월 200만 원)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2017, 2018년에는 모집목표의 절반이 안 되는 45%만 지원한 것이 현실이다.
윤 후보 공약이 현실화하려면 2040년까지 무인전투체계로 100%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윤 후보는 ‘2030년 유무인복합체계 전환, 2040년 무인체계 완전 전환’이라는 두루뭉술한 시간표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 일정이나 예산은 언급하지 않았다.
심 후보와 안 후보는 병사 수를 각각 10만 명, 7만5,000명으로 제시했다. △북한이 100만 명 이상의 상비군을 보유한 점 △산악지대가 많아 보병이 많이 필요한 한반도 지형을 경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병사 수를 대폭 줄이고 산업현장에 투입되는 대체복무를 늘리겠다는 안 후보의 공약은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평가다. 군 관계자는 “가뜩이나 병사가 모자란데 대체복무를 늘리는 게 과연 한반도 안보현실에 적합한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2년 전 산업계 반발에도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의 정원을 줄였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심 후보가 제시한 완전 모병제에 대한 지적은 후보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 후보 측은 “모병제를 운용하는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의 입대율이 3%를 넘지 않는데 한국사회에서 청년의 절반이 모병으로 입대한다는 건 비현실적 가정”이라고 했다. 2015년 전면 모병제를 도입하려던 대만도 병력 수급난을 이유로 시행을 연기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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