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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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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기력 회복·진정 효과 침향, 스트레스성 뇌 손상 막고 면역 증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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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효능 속속 밝혀지는 전통 약재

서향나무과에 속하는 침향나무의 수지(樹脂·나뭇진)가 가진 건강 효과는 어디까지일까. 현재 사용되는 전통 약재들의 효능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대부분이다. 현재의 용도가 고려·조선 시대나 중국 명나라·송나라 때 쓰이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홍삼(인삼)이 연구개발을 통해 거의 유일하게 새로운 효능을 더해가고 있다. 여기에 침향(沈香)이 가치가 재발견되는 약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실 침향은 다른 전통 약재와 달리 식물 자체가 가공된 것이 아니다. 침향나무가 물리적 손상이나 세균·곰팡이 등 미생물 감염에 대한 방어 기전으로 분비하는 나뭇진이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굳어진 것을 말한다. 오랜 세월이 더해져야 비로소 약재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효능은 기력 회복과 진정, 천식이나 진통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져왔다. 전통 의서에 기록된 내용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침향의 가치는 여기에 그칠 줄 알았다. 하지만 침향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이뤄지면서부터 새로운 효능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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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식세포 식작용 2.6배, 1.5배 증가



주목할 만한 연구는 뇌 손상 보호 효과다. 2020년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 실린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이런 침향의 잠재성을 확인한 신호탄이다. 연구팀은 수컷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한 네 그룹에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한 뒤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그리고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 및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그 결과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한 일반 쥐 그룹과 달리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뇌의 활성산소가 가장 현저하게 줄었다.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도 유의하게 감소해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는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키는데,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이러한 손상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을 침향이 예방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사람의 수명 증가로 뇌 건강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이 결과는 주목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후에는 면역 증진 효과까지 확인됐다. 동의대 항노화연구소, 동의대 한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공동 연구진은 지난해 7월 생명과학회지에 침향의 이 같은 효과를 확인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정글 지역에서 수집된 침향 2종(Aquilaria malaccensis)을 감압·농축해 얻은 추출물로 쥐의 대식세포(RAW 264.7)를 처리한 뒤 24시간 동안 배양하고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침향 추출물의 처리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대식세포에 긴 방추형 사상위족이 생기는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대식세포 모양의 변화는 ‘공격형 대식세포’로 불리는 M1 표현형으로 분극화한 것을 의미한다. 특히 M1 표현형이 생기는 것은 인체가 면역계 자극을 통해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핵심 전략으로 통한다. 특히 연구진은 “2종의 침향 추출물 모두 홍삼 추출물 대비 저농도에서도 M1 표현형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연구를 통해 대식세포의 식작용 활성이 침향 추출물 처리 농도에 따라 증가하고, 10㎍/mL로 처리된 경우 대식세포의 식작용이 종에 따라 각각 2.6배, 1.5배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게다가 연구팀은 침향 추출물이 염증성 매개인자와 사이토카인 생성을 증가시킨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는 침향의 면역 증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침향의 추가적인 생리 활성을 연구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효능만큼 따져봐야 하는 침향의 질



하지만 모든 약재가 그런 것처럼 침향도 종과 관리 수준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하지만 국내 침향 품질 기준은 엄격하지 않다. 침향을 원료로 한 제품이라고 해서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침향과 품질을 담보하는 규격은 약전에 담긴 규격이 거의 유일하다. 약전에서는 침향의 규격에 대해 건조 함량 8% 이하, 회분 2% 이하, 묽은에탄올엑스 18% 이상, 납(5ppm)·비소(3ppm)·수은(0.2ppm)·카드뮴(0.3 ppm) 등 중금속 함량 상향 기준 등만 명시돼 있을 뿐이다. 품질 선별 기준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최소한의 안전 기준에 가깝다. 따라서 침향 제품을 구입할 때는 약전 기준 외에 별도 품질관리 프로세스를 거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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