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크라 겨냥하고 있지만 병력 어디 향할지 몰라"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접해 있는 발트 3국. 하이라이트된 지역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출처=구글 지도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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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발트 3국(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이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영구 주둔할 가능성을 우려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병력 증원을 요청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는 병력 2~3만명과 전투기, 미사일 포대, 방공 시스템 등을 합동 벨라루스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위해 벨라루스로 이동시킨 상태다.
러시아는 오는 20일 훈련이 끝나면 모두 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벨라루스와 접해 있는 발트 3국은 러시아가 이번 훈련을 계기로 벨라루스에 병력을 무기한 주둔시킬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최근 발트 3국 지도자들은 나토 회원국들과의 회담에서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영구 주둔하면 이 지역의 군사적 지형이 러시아에 유리해질 수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동유럽 내 나토 병력 증원을 요청했다.
벨라루스 접경국인 폴란드도 같은 의견이다.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은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회담에서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잔류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폴란드 관영 뉴스통신사에 따르면 라우 장관은 "국경 반대편에서 잠재적인 위협이 커지고 있는 것에 직면해 나토군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트 3국은 1991년 소련 붕괴와 동시에 독립했으며 2004년 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이들은 발트해 연안에 있는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를 우려 지역으로 꼽고 있다. 러시아 본토에서 떨어져 있는 칼리닌그라드는 발트 3국과 함께 벨라루스가 위치해 있다.
러시쿠스티 살름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를 연결한다면 발트해 국가는 나토와 단절돼 육로로 지원군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그러면 우리는 반도나 섬이 된다"고 말했다. 마치 동독 안에 섬처럼 고립돼 있던 서베를린과 같은 처지가 된다는 것이다.
살름 장관은 WP 인터뷰에서 "벨라루스에 러시아군이 없다면 나토군은 수주 전에 러시아의 움직임을 감지할 시간이 있지만,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영구 주둔하면 이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며칠 또는 몇 시간으로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주둔하면 조기 경보 시간을 단축하기 때문에 나토 전체의 계산이 극적으로 달라진다면서 벨라루스가 러시아에 큰 작전상의 이점을 준다고 분석했다.
발트 3국은 나토 회원국들 중에서도 지리적·역사적 이유로 안보의 취약성을 호소해 왔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에 서방이 강경하게 대응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서방의 관점은 다소 미온적이다. WP에 따르면 서방 관리들은 러시아의 파병이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유럽 내 다른 지역에서는 즉각적인 군사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영국 군사정보업체 제인스의 토머스 불럭 선임연구원은 "벨라루스에 있넌 거의 모든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와의 남쪽 국경을 따라 배치돼 있는 점을 봤을 때 즉각적인 우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발트 3국에 우려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은 지난 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토군 주둔 병력을 향후 조정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이는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잔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발언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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